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면서 일선 현장의 의료진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방역 업무를 하던 20대 의사가 과로로 사망했고, 의료진을 돕던 자원봉사자는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당국이 발병 초기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심각성을 축소한 것과 달리, 일선 현장에서 사건 확산을 막으려 애쓰는 의료진·자원봉사자·연구진 등을 향한 애도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신문망 등은 5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 업무에 투입된 28세 의사가 과로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후난성 헝양 헝산현 당국은 “마지 위생원(병원) 약제과 부주임 쑹잉제씨가 지난 3일 근무교대 후 병원 기숙사로 돌아온 뒤 갑자기 숨졌다”며 “사인은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당국의 방역활동이 강화되면서 쑹씨는 춘제(중국의 설날) 당일인 지난달 25일부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투입돼 차량 탑승자의 체온 측정·조사 업무를 해왔다. 그는 방역업무 투입 뒤 열흘 연속 근무하면서 창고에 있는 의료물자 분배작업도 하는 등 병원업무까지 병행하며 강행군을 이어왔다.
병원 측은 쑹씨가 8시간 3교대로 근무했다고 설명하며 “열정을 갖고 있었고, 당직이나 피곤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떠나 직원들이 모두 비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쑹씨의 동료는 언론인터뷰에서 “쑹씨는 강건하고 멋진 사람이었다”며 “온화한 사람이어서 동료들과 말다툼도 전혀 없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교도통신, NHK는 최근 중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이 강화되고 있지만 현장의 의료진 및 의료용품, 병상 등이 부족해 일선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의 과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내에서는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애도의 글이 올라로는가 하면,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사태를 키운 정치인·관료 등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치지도자가 먼저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한의 지도자들이야말로 전선으로 가야 한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의료진의 출퇴근을 돕던 한 자원봉사자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중국 환추왕 등은 이날 우한시 차량지원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50대 허후이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3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우한시의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면서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의료진의 출퇴근이 불편해지자, 우한시민들은 차량지원팀을 자발적으로 꾸려 출퇴근을 도왔다. 허씨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동참했지만,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 감염 증세를 보여 입원한 뒤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앞서도 현장의 중국 의료진과 과학자들은 사건을 축소했던 당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우한의 중앙병원 안과의사 리원량 등은 사건 초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중국 공안국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기소될 수 있다고 압박했지만, 리원량의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리원량은 “내가 감염됐는데도 왜 당국은 의료진 감염 사례가 없다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 발병 2주 만에 바이러스 분리·배양에 성공해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공유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