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거액동시결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 연구에 돌입하면서 한은도 미리 CBDC 도입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은은 아직 발행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CBDC란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뜻한다. 미래에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여겨진다.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국의 중앙은행 CBDC 대응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CBDC를 활용한 증권대금동시결제 모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대금동시결제는 장외시장에서 거액의 증권을 거래할 때 증권과 대금을 동시에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한은의 거액 자금 이체 시스템을 거쳐 이뤄진다.
한은의 CBDC 모의 테스트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과 2018년에 걸쳐서 분산원장기술 기반 은행간 자금이체 모의 테스트와 소액결제 모의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은 지급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CBDC 발행은 필요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보고서에서도 한은은 “발행 유인이 여전히 크지 않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에 나서면서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확충해 법적 이슈를 검토하고, 기술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간 공조가 중요해지면서 만약을 대비해 CBDC 연구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CBDC 연구 현황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본원통화를 대체하는 소액지급용 CBDC 발행을 준비 중이며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우루과이, 바하마,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에선 소액결제용 CBDC가 시범 운영 중에 있고, 터키, 스웨덴은 곧 시범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지급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들도 거액결제용 CBDC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은이 거액동시결제 테스트를 진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여기에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달 21일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웨덴,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과 함께 CBDC 관련 정보공유포럼을 창설해 국제적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도 한은은 전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은도 앞으로 각국이 연구중인 CBDC의 세부사항들(설계방식, 조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은 측은 “향후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CBDC 발행환경과 긍정적 효과 등에 대한 입장을 보다 명확히 정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