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올해 반등이 예상되던 수출 지표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액은 14개월동안 내리 감소세였고, 주요 산업의 수출액은 지난해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올해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와 비교하면 수출 증가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19.3% 상승했다. 월별로 보면 사스가 빠르게 퍼졌던 3월(16.1%), 4월(19.2%)의 경우 연간 평균치를 밑도는 증가율을 보였으나 오름세는 계속 유지했다.
중국이 사스에 본격적으로 대응한 직후인 5월 대중 수출 증가율은 연간 최저인 27.5%에 그쳤고 전체 수출 증가율 역시 2002년 6월 -0.3% 이후 가장 낮은 3.5%로 내려앉았다. 그해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월별 대중 수출이 50% 가량 폭증하던 시기였다. 정부가 2003년 5월 28일부터 6월 7일까지 일주일간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사스로 인한 대(對)중국 수출 차질은 4억5000만 달러라고 추산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전시회 취소, 수출 상담 연기, 중국 공공기관 발주 연기, 중국 내 왕래 제한, 현지 공장 가동 차질 등으로 인한 간접적 수출 차질 추정액은 4억9200만달러에 달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는 중국의 설인 춘제와 기간이 겹쳐 국내 산업에 이미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현지 공장의 휴무 기간이 연장돼 주요 산업의 소재·부품 공급망이 마비됐다.
올해 전체 수출지표에도 신종 코로나가 얼마큼 영향을 미칠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한국경제연구원은 7개 주력업종의 올해 수출액은 2.16%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 폭은 작지만 지난해 -15.6%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반도체(9.0%), 선박(7.0%) 자동차(3.9%)에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경연은 “이 예상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배제한 것으로, 관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이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경연 조사에 참여한 관련 업종협회들은 “중국 공장 부품공급 장애에 따른 생산 차질은 물론 중국 내수위축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경우 국내 명목 수출액은 약 1억5000만∼2억5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