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국가 이스라엘과 이슬람 수니파 국가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12월 17일 백악관에서 미국 측과 함께 비밀 3자 회동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의 이스라엘과 미국 행정부 관료들은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3국은 회담에서 아랍 세계 내부에서 반(反) 이란 연대를 구축하는 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3국의 비밀회동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평화구상에 대한 아랍 세계의 지지를 받기 위해 ‘반 이란, 친 미국’ 성향의 아랍 국가들을 포섭하려 애썼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회담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메이어 벤 샤바트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의장,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대사가 참석했다. 오타이바 대사는 UAE의 실권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고문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으로서 미국의 중동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재러드 큐슈너가 이스라엘·아랍 연대 구상의 핵심 후원자로 지목되고 있다. 그 자신이 유대계인 쿠슈너는 오타이바 대사 등 친미 아랍 세력과의 관계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3국의 회동이 이스라엘과 몇몇 아랍 국가들 사이 긴밀한 연대를 촉진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 중 하나라고 전했다. 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UAE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중간 단계로 양국의 상호 불가침 조약도 논의됐다. 빈 자예드 왕세제는 3국을 비밀 회담을 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의 개혁, 아랍과 이스라엘의 동맹이 중동에서 모양을 잡고 있다”는 내용의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이슬람 국가들은 4차례의 중동전쟁을 치른 앙숙이다. 하지만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아랍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중동 정세는 변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수니파 왕정국가들과 이란 등 시아파벨트 국가들이 중동 내부에서 대립하는 구도다. UAE 등과 이스라엘과의 동맹 강화는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랍 세계 내부에서 이스라엘의 고립을 피하고 이란에 맞서기 위해 UAE와의 동맹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