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심신미약… 10년 넘게 불이익 받았다” 또 합리화

입력 2020-02-05 14:52 수정 2020-02-05 15:06
지난해 4월 치료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던 안인득(43)의 모습. 뉴시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입주민들에게 칼을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던 방화살인범 안인득(43)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또다시 억울함을 주장했다. 안인득은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재차 강조하며 “12년 동안 받은 불이익을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피해망상적 발언을 되풀이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김진석 고법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안인득은 “12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불이익을 하소연했지만 오해와 갈등만 쌓이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진주시에 부정부패 및 비리가 심각하고, 내가 불이익을 당해왔다”고 횡설수설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했다.

이날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 등장한 안인득은 연녹색의 수의를 입고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나왔다. 안인득은 1심 재판에 비해 차분한 상태로 답변을 이어갔지만 ‘불이익을 당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이날도 반복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1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안인득은 “1심에서 증거자료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4월 17일 안인득(43)이 불을 지르고 입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 뉴시스

지난해 4월 17일 안인득(43)의 방화로 내부가 새까맣게 불에 타버린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 내부 모습. 뉴시스

안인득의 변호인은 “안인득에 대한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과 같은 의견인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안인득은 “사건 당일 술도 마셨고, 12년 동안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오해와 갈등이 계속 쌓여가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의 말에 동의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은 안인득에게 생명을 박탈하는 중한 형을 선고했다”며 “깊이 있는 심리로 1심 형량이 적절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 검사와 안인득 변호인에게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구체적 자료를 제출하고 추가 증인 채택 여부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안인득은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1심에서도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오랫동안 불이익을 당해왔다”며 범행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재판부는 안인득이 의학적으로는 심신미약 상태였으나 범행도구를 사전에 사들이고 불길을 피하려 내려오던 아파트 주민들을 흉기로 찔러 22명의 사상자를 낸 피해 결과가 매우 중대하다며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안인득의 범행으로 5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4명은 살인미수, 2명은 상해, 11명은 화재로 인한 상해를 입었다. 이에 당시 배심원들도 9명 중 8명이 사형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안인득은 “1심 형량이 너무 무겁고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항소했다.

한편 안인득의 다음 항소심 재판은 3월 4일에 진행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