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슈퍼전염지’ 되나… 16·18번 모녀 확진으로 불안감 고조

입력 2020-02-05 14:36 수정 2020-02-05 21: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V) 16번·18번째 모녀 확진환자가 발생한 광주가 ‘수퍼 전염지’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 광산구 모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A(43·여)씨는 지난달 19일 태국에서 귀국한 직후 터미널 마트 영화관 백화점 등 인파가 많은 도심의 다중 이용시설을 돌아다녔다는 소문이 주변인들에 의해 널리 퍼지고 있다.

더구나 질병관리본부는 5일 A씨의 지난달 25일 부터 확진판정을 받은 2월4일 전남대 병원 음압병상 격리 때까지 구체적 이동경로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정작 귀국 직후인 지난달 19일~24일 행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A씨가 25일 승용차를 타고 전남 나주 친정집을 방문한 후 귀가한 것을 제외하면 종일 자택에 머물거나 21세기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 진료·검사·병간호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A씨의 이동경로는 25일 친정집 방문, 26일 자택 체류, 27일 발열 증상으로 21세기 병원 방문, 28일~2월2일 딸 간병과 본인 진료 위한 21세기병원 체류, 3일 임상 증상 악화로 전남대 병원 내원, 4일 응급실 환자분류소 확진판정 후 음압병상 격리 순이다.

방역당국은 광주지역 신종 CV확산방지를 위해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무방비로 노출됐다가 감염된 16번째 환자 딸이자 18번째 환자 B(21)씨가 지난달 인대파열 봉합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광주 21세기병원 의사와 간호사, 직원, 환자 등 270여명은 전원 격리 조치됐다.

다행히 B씨는 줄곧 3층 정형외과 병동 1인실에 입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과 시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16번째 확진자인 모친이 고열 등 감기증세로 먼저 입원한 게 아니라 대학생 딸이 발목 인대파열로 입원하자 모친이 딸의 병간호를 위해 병실에 간헐적으로 머물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해당 병원 다른 병실에 병문안을 다녀온 다수의 광주시민과 의료폐기물 등도 정밀 추적 중이다. 하지만 16번 환자 A씨가 딸에게 신종 CV를 전파했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되자 지역사회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확정판정을 받은 A씨와 B씨 모녀를 제외한 딸(18·여고생), 아들(7·어린이집), 남편(47·광양 소재 기업 근무) 등 직계가족들의 동선을 따라 어린이집 4곳과 A씨 접촉자가 근무하는 우편집중국, 마트 등이 잇따라 선제적으로 폐쇄조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16번째 환자와 설 연휴기간 중 접촉한 직원이 근무 중인 광주우편집중국을 임시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귀가시킨 뒤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혹시 모를 전염을 막기 위한 재빠른 응급조치다. 그런데도 지난 3일 전남대병원 응급실 이송·확진판정 이전까지 A씨와 직접 접촉한 사람이 최소 1300명을 넘는다는 출처불명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접촉자 중에서 3명이 이미 의심환자로 분류돼 인근 첨단병원과 수완SK병원 2곳에 격리돼 치료 중이라는 구체적 상황까지 나돌고 있다.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 등은 A씨 모녀의 이동 경로 확인을 위해 광주관제센터 등에서 확보한 CCTV 영상을 활용해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상당한 ‘공백’이 불가피해 역부족이다. A씨와 태국여행을 함께 다녀온 4명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172명의 주거지가 광주 화정·풍암·주월·염주동을 포함한 전국 각지라는 점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마트 계산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A씨가 ‘해외여행’을 자랑하느라 친구 등을 찾아 다녀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는 흉흉한 얘기도 들린다. 광주시민들은 이에 따라 정확한 동선 등 관련정보를 신속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시청 등에는 A씨의 이동경로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자체적 역학조사에 제약을 받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질본) 역학조사관 등이 관련정보를 통제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질본으로부터 조사자료를 넘겨받고 있는 만큼 자체적 조사나 향후 정기적 브리핑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질본 역학조사관 8명은 4일 광주에서 16번 확진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광주시 소속 역학조사관 2명이 업무지원에 나섰으나 관련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기 위해 입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광주시 김옥조 대변인은 “16·18번 모녀 확진환자와 병실이 가까워 접촉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21세기병원 정형외과 병동 3층 환자를 다른 층으로 모두 격리했다”며 “질본과 지자체가 체계적·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