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 지원 받은 인건비를 연구실 운영비로 쓴 것은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해 환수 조치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출연금 관리에 미흡했다는 이유로 4년 간의 연구 참여 제한 처분을 받은 교수에 대해선 “불이익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서울대 신학협력단과 A교수가 “출연금 환수 및 참여제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산업기술혁신사업 2개 과제에 참여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2억5500만원의 출연금을 지원받았다.
이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2015년 11월 연구 책임자인 A교수가 일부 사업비를 용도 외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관리원은 A교수가 2개 사업 인건비 중 3000여만원을 별도 계좌에 공동 관리한 것이 문제라고 봤다. 이에 3000여만원은 환수 조치, A교수에 대해선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4년간 제한하는 처분 내렸다.
협력단 측은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지급받은 인건비 중 일부를 연구실 운영을 위해 공동으로 관리한 것에 불과하고, A교수는 인건비 공동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업비를 유용하거나 편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 2심은 출연금 환수 처분은 유지하되 A교수의 연구 활동 제한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도교수인 A씨가 연구실 소속 학생들 중 연구과제에 참여할 학생 선정, 석·박사 학위 수여 여부와 진로 등에 관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인건비 공동관리가 학생들의 자발적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과제수행 대가로서 학생연구원들에게 귀속돼야 할 인건비 일부가 목적 외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A교수가 학생 인건비 공동 관리를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관리된 금액 상당 부분이 연구실 회식비와 학생들의 등록금 및 급여 등으로 사용된 점을 고려해 연구 제한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를 4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배제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 산업인 배터리 산업, 대체 에너지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A교수는 협력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출연금 중 인건비가 학생연구원들에게 귀속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고, 인건비가 공동경비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교수에 대한 참여제한은 공익에 비해 불이익의 정도 지나치다”며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