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바람’ 부티지지, 美민주당 ‘깜짝 스타’ 부상

입력 2020-02-05 13:56 수정 2020-02-05 15:02
38세 부티지지, 아이오와 코커스 중간 개표 1위
개표 62% 진행…최종 결과 바뀔 가능성도
‘진보’ 샌더스, 부티지지 맹추격…‘대세론’ 바이든, 4위 추락
‘이삭줍기’ 성공하고, ‘오바마 전략’ 따른 것이 선전 요인
부티지지, 커밍아웃 동성애자…시장 시절 휴가 내고 아프간 군복무
‘부티지지 돌풍’ 이어갈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변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서의 중간 개표 결과, 1위를 차지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신화사·뉴시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트럼프 대항마’를 뽑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 ‘깜짝 스타’로 부상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대세론’을 펼쳤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참패했다.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4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의 중간 개표 결과, 부티지지 전 시장이 26.9%의 득표율(대의원 확보비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표율은 62%였다. 아직 38%의 투표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다른 결과가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오와 코커스 시작 전에 ‘양강’으로 평가 받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희비가 엇갈렸다. 중간 개표 결과, 샌더스 상원의원은 25.1%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며 부티지지를 바짝 쫓았다. 부티지지와의 격차가 1.8%포인트에 불과해 최종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6%의 득표율에 그치며 4위에 머물렀다. 대세론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샌더스 의원과 함께 민주당의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3%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부티지지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인물이다. 38세의 그는 인구 10만의 중소도시인 사우스벤드 시장을 연임한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다. 그는 미국 명문 하버드대와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 졸업장을 모두 갖고 있다. ‘엄친아’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우스벤드 시장 재직 당시였던 2014년엔 7개월 동안 휴가를 내고 해군 정보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독실한 성공회교 신자인 부티지지는 2018년 중학교 교사인 ‘남편’과 결혼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표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티지지의 깜짝 선전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번 경선이 코커스 방식으로 치러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묻는 첫 질문에 답해야 한다. 여기서 ‘15%의 득표’를 얻지 못한 소수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에 한해 15%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 15% 미만의 군소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대거 부티지지를 택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부티지지가 ‘이삭줍기’에 성공한 것이다.

부티지지가 ‘2008년 오바마 모델’을 따른 것도 승리 원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에 맞서 개막전인 아이오와 코커스에 집중하며 바람을 몰아갔다. 정치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졌던 부티지지는 아이오와 코커스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부티지지의 중도적이고 온건한 스탠스도 보수적인 아이오와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오와의 민주당 당심이 바이든(78세), 샌더스(79세), 워런(71세) 등 70대 고령 후보 대신 젊음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부티지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8년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또 오바마처럼 연설을 잘한다고 해서 ‘제2의 오바마’ 또는 ‘백인 오바마’로 불리기도 한다.

부티지지의 부상만큼이나 바이든의 추락도 충격적이다. 바이든이 힘을 잃으면서 향후 민주당 경선이 샌더스와 부티지지 간 ‘신(新) 양강 구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부티지지 돌풍이 초반에 반짝하다가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다음 격전지인 뉴햄프셔로 이동한 부티지지는 중간 개표 결과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부티지지는 또 “이것(개표 결과)이 남과 다르고, 자신이 가족이나 지역사회에 속해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의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동성애자인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현상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최종 결과가 발표된 것도 아닌데, 부티지지가 승리를 선언한 것처럼 행동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