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환자 병간호 하던 딸 18번 환자로 판명…광주에서 신종 CV 모녀환자 발생

입력 2020-02-05 12:50 수정 2020-02-05 13:15

태국여행 직후 신종 CV(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판정을 받은 40대 여성 환자(43)가 며칠 동안 자신의 큰딸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광주 21세기병원에 입원 중인 16번 환자 딸(21)이 이날 18번째 확진판정을 받아 그동안 치료를 해온 병원 의료진 등에 대한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발목 인대파열로 입원했다가 18번째 확진환자가 된 딸과 딸 병간호를 위해 병원 안팎을 수시로 드나들던 16번째 확진환자가 머문 광주 21세기병원이 ‘CV 발원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종 CV에 감염된 모친의 광주지역 이동 경로와 구체적 접촉자가 확인되지 않아 지역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질병본부 등은 16·18번 모녀 확진환자와 병실이 가까워 직간접적 접촉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21세기병원 정형외과 병동 3층 환자 모두를 다른 층으로 우선 격리조치했다.
다행히 딸은 4인실이나 6일실이 아닌 1인실에 그동안 입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인대파열 봉합수술을 받은 딸(18번)은 환자 침상에서, 태국여행을 다녀온 모친(16번)은 보조침상에서 수일간 함께 동침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이 참여한 즉각 대응팀이 현장에 출동해 역학조사와 함께 병원 환자·직원들에 대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접촉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 3층 입원 환자들은 전원 격리하고 위험도가 낮은 다른 층 환자들은 자가격리나 광주소방학교 1인실 등으로 옮겨 향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병원 의료진들도 18번째 확진환자를 담당한 의사와 간호사 등은 자가 격리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정밀 관찰대상으로 분류했다.
16번 확진환자 A씨는 지난달 15일 가족 등 일행 5명과 함께 태국 방콕과 파타야 등을 여행하고, 19일 오전 제주항공을 통해 전남 무안항공으로 입국했다. 25일부터 오한, 발열(38.9℃) 등 감기증상을 앓았다. 27일 딸이 입원한 광주 21세기병원에서 함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자 전남대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 방문 이력이 없는 데다 폐 관련 기저질환이 있어신종CV 의심 환자에서 누락됐다.
18번 확진환자 B씨는 모친의 귀국(19일) 1주일여 만인 27일 인대봉합 수술을 받기 위해 광주 21세기병원에 입원했다. B씨는 모친 A씨가 의심환자로 분류되기 이전부터 1인실에 입원했지만 모친의 확진판정 이후 병원 내에서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A씨가 수술을 받은 딸의 간병을 위해 이 병원 3층 등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며칠 동안 접촉한 이들을 중심으로 확산여부를 검증하는 중이다. 방역당국은 A씨 모녀 2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광주21세기 병원에 대해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의료진·환자 전원을 격리 통제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인근 병실 입원환자와 의료진들에 대한 위험 평가를 통해 위험성이 높은 3층 환자를 1인실과 광주소방학교 등으로 옮긴 것으로 코호트 격리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