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자신을 보살펴준 고모부를 폭행 끝에 숨지게 한 배은망덕한 조카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고모는 조카의 폭행을 말리다 뇌진탕에 빠져 회복 중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강혁성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상해치사·상해 혐의로 기소된 노모(4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지난해 10월 1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도봉구에 있는 고모 부부 집을 방문해 고모부 김모(86)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했다. 김씨가 쓰러져 넘어졌지만 노씨는 멈추지 않고 머리와 복부를 수차례 가격했다.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사망했다. 고모도 노씨를 말리다 얼굴과 허리 부위를 가격당해 뇌진탕에 빠졌다.
검찰은 상해치사·상해 혐의로 노씨를 기소했다. 노씨는 검찰 조사에서 “고모와 고모부를 혼내준다는 생각으로 때렸다. 이 정도 때리면 앞으로 잔소리를 안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노씨는 재판에서 말을 바꿨다. 고모부가 고모와 다투다가 숨졌고, 자신은 목격자일 뿐 고모 내외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씨의 폭행을 목격하고 피해를 본 고모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며 노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김씨의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게 됐다”며 “(고모는) 조카로부터 폭행을 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편이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매우 큰 정신적·신체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이전에도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나이와 가족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고모 내외는 약 30년 동안 노씨를 돌봐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에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원룸을 노씨에게 얻어주기도 했다. 노씨는 이후로도 고모의 집을 드나들며 숙식을 해결했다. 지난해 4월에는 고모부를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고모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