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생산이 많은 제주에서는 매해 비상품 감귤 처리가 곤혹이다. 맛도 있고 상태도 좋지만 크기가 상품 기준에 미달한 것인데, 이 비상품 감귤을 처리하기 위해 동네에서 만든 감귤 한과가 미국으로 수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5일 제주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서귀포시 신효동 신효생활개선회 귤향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하는 ‘귤향과즐’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5일에도 미국으로 2차 수출에 성공했다.
2009년 감귤 가격이 ㎏당 100원으로 폭락해 마을 전체가 생계 위기에 처하자, 감귤 농사를 짓던 여성 농업인 7명이 제품 개발을 구상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초기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해, 10년만인 지난해 매출액 25억원을 달성했다. 마을에서 이어져 온 전통 제조 방법을 쓰고, 반죽에 물 대신 100% 감귤즙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과 동남아권에서도 수출 문의가 들어오지만 수제 제작 한계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농기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7명에서 출발한 영농법인에는 현재 30명 내외의 인력이 근무하면서 작은 동네에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했다.
무엇보다 연간 112.5t의 비상품 감귤 소비로 지역 농업인들의 소득을 높이고, 감귤 뒤처리에 대한 농업인들의 걱정을 줄였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지금은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선물용은 물론, 제주도민들에게도 사랑받으면서 제주 각 가정의 돌상이나 제삿상 등 경조사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고 있다. 전국 55개의 대형매장 지점과 서울 지하철, 전통시장, 관광지 등에도 납품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 생산이 물건 판매와 관광객 대상 한과(과즐) 만들기 체험장 운영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2015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 인증을 획득했다. 주민들은 감귤에 이어, 지역민이 채취한 뽕잎과 쑥을 이용한 한과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효생활개선회 오화자 대표는 “제주의 생명 산업인 감귤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은 수출 물량이 8000상자 내외로 많지 않지만, 마을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상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