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폐암을 앓던 16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열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병원 환자들에게 감염이 시작됐다면 국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15~19일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한 뒤 제주항공을 이용해 국내에 입국했고, 같은 달 25일 몸이 떨리는 오한 및 발열 증상이 나타나 수차례 병원을 방문했다.
16번 확진자는 증상 발현 후 2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21세기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는데, 열이 38.9도까지 올랐다. 그 뒤 전남대병원을 방문해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검사 등을 받았으나 정상으로 나왔다. 16번 확진자는 전남대병원에서 폐렴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21세기병원에 입원해 28일부터 7일간 치료를 받았고, 호흡곤란과 폐렴 증상이 악화한 이달 3일에서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격리됐다. 확진 판정은 다음 날 이뤄졌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16번 환자가 방문한 병원 환자들에 대한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원내 감염 위력은 이미 4년 전 메르스 사태 때 확인됐다. 당시 국내 16개 병원에서 186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는데, 절반가량이 병원을 방문하거나 입원했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였다. 나머지는 환자를 간병한 사람이나 의료인이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 매개체인 침방울이 밀폐된 병원 안에서 여러 사람에게 전파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메르스 즉각대응 태스크포스 팀장)는 방역 강화를 위해 “현재 중국 후베이성 이외 중국 지역 입국자들이 폐렴 증상이 있어야 진단검사를 받는 사례 정의 기준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있어도 진단검사를 받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6번 환자의 대학생 딸도 이날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8번째 확진자가 됐다. 16번 환자의 가족은 남편과 대학생 딸, 고등학생 딸, 유치원생 아들 등 4명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환자들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파악하는 역학조사를 하고 있으며 전날까지 파악한 이 환자의 접촉자는 1318명이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