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뉴욕의 ‘필름 포럼’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독립·예술·고전영화 전용상영관이 오는 2022년 한국 영화의 중심지 충무로에 문을 연다.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를 기록으로 보존하는 공간이자 기획·제작까지 이뤄지는 영상전문공간이다.
서울시는 중구 초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일반극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립, 예술, 고전영화 등 비상업영화 전용관을 보유한 ‘서울시네마테크(가칭)’가 건립된다고 5일 밝혔다. 비상업영화 전용관 건립은 영화계의 숙원이었지만 부지와 예산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서울시네마테크는 지난 2013년 서울시 영상산업 청책토론회 현장에서 제안된 이후 부지선정, 투자심사, 국제지명 설계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이날 착공하게 됐다.
중구에서 부지를 무상제공하고 서울시에서 건립을 추진하는 서울시네마테크는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연면적 4800㎡)로 총사업비 265억원이 투입되며, 2022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된다.
국제지명 설계공모로 당선된 ‘Montage 4:5’를 설계한 조민석 매스스터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2014년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당선작은 공간구성을 균형있고 실용적으로 설계했으며, 상영관과 아카이브 같은 부속시설 간 관계를 신선하게 설정했다. 건축물은 상영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다양한 형태의 노출콘크리트 박스 4개가 수직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형상을 갖는다. 상영관 사이 사이에 위치한 다양한 형태의 개방적인 공간들로 노출콘크리트 매스와의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공간감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건축물의 외관을 완성하고 있다.
시는 ‘서울시네마테크’에 대·중·소 규모의 3개 상영관을 조성해 일반 극장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독립, 예술, 고전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비상업영화가 안정적으로 시민들에게 상영될 기회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독립, 예술 영화와 시민과의 접점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또한 영화 도서관 및 보관실 역할을 할 ‘영화 아카이브’를 조성해 보존 가치가 있는 영화 필름과 도서를 보관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영화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시설과 공간도 마련된다. 영상미디어센터를 조성해 일반 시민 대상으로 영상, 영화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영상 장비를 대여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카페, 서점, 기념품숍을 만들어 시민들이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전시 및 영화 관련 서적을 접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