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이라는 장대한 여정의 출발선을 끊을 것으로 기대됐던 아이오와주 민주당 경선이 사상 초유의 개표 결과 발표 연기 사태로 얼룩지면서 미국식 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민주주의 특유의 코커스(당원대회)에 구조적 문제점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는 득표 집계 과정에서 불거진 숫자 불일치 등의 문제로 이튿날 새벽까지도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올해부터 아이오와 코커스를 치르면서 1차 투표 결과, 1·2차 투표 합산 결과, 후보별 할당 대의원 수 등 3가지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각 수치 간에 불일치가 발견된 것이다.
이를 두고 CNN방송은 “코커스 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아이오와 코커스를 가리켜 “미국 정치 절차에서 지나친 중요성을 가진 반면에 거의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라고 지적했다.
코커스란 해당 주의 18세 이상 당원들이 기초선거구별로 정해진 장소에 모여 토론한 후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15%에 못 미친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타 후보 지지자들과 연합하는 식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군소 후보 지지자들을 공공연하게 설득해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기도 한다.
코커스 과정은 모두 공개적으로 이뤄져 비밀투표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모든 전국 단위 선거 및 다른 경선 방식인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절대다수는 비밀투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코커스가 당원만을 참석 대상으로 삼고 있어 폐쇄적일 뿐더러, 다수의 참가자가 한 장소에서 모여 지지 후보를 정하는 절차도 번거롭다고 지적한다.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 테리 매컬리프 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CNN에 “나라면 우선 모든 코커스를 없애버리겠다. 비민주적인 절차”라면서 “그 대신 투표장에 가서 커튼을 치고 나서 투표한 뒤 떠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제휴한 미네소타주 민주농부노동당(DFL)의 에드 마틴 위원장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코커스는 그 자체로 혼란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네소타주가 프라이머리로 바꾼 이유 중 하나는 2016년 대선 당시 당이 대규모 군중을 관리하면서 경선을 치를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2016년 대선 이후 미네소타주를 포함한 몇몇 주에서 코커스 제도를 프라이머리로 대체했다. 하지만 아이오와주는 처음 치러지는 대선 경선이라는 상징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코커스를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번째 경선이자 첫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뉴햄프셔주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를 치러야 한다는 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아이오와주가 프라이머리로 바꿀 경우 뉴햄프셔주 경선이 끝난 다음으로 일정을 잡아야 한다.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코커스가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컬리프 전 위원장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전체 등록 유권자 약 200만명 가운데 74만5000여명은 당적을 갖고 있지 않다. 만약 민주당 당적을 가진 아이오와주 유권자 60만명 중 25만명이 코커스에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고작 10~15%에 불과한 유권자가 민주당 대선후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 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