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16번 확진자가 중국 방문 없이 태국에서 입국한 것으로 4일 확인되면서 태국으로부터 입국자, 또는 태국 여행에 비상이 걸렸다. 태국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 확진환자가 가장 많고,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봉쇄된 우한은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주민 500만명이 중국 내 다른 도시나 해외로 이동했다. 항공서비스앱 ‘항공반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우한에서 출발한 해외 항공기 탑승자 목적지 1위가 태국이다. 이 기간 우한에서 2만558명이 태국으로 입국했다. 한국 입국자 6430명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지난 3일 기준으로 태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는 19명이다. 중국 이외 국가 가운데 환자 수가 가장 많다.
태국 입국자 검역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정부는 이날부터 공항에서 특별입국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태국 등 중국 외 입국자는 대상이 아니다. 실제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19일 태국에서 무안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아무런 검역을 받지 않았다. 일본에서 들어온 12번 확진자는 확진 판정까지 10여일 동안 버스와 택시, 지하철, KTX 등을 이용해 서울, 경기도 수원 군포, 강원도 강릉을 다녀 무려 666명의 접촉자를 발생시켰다.
의료기관도 원칙적으로는 중국 방문력을 전제로 의심환자를 판단하기 때문에 태국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선별 진료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증상이 있어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21세기병원과 전남대병원을 방문했지만 2일까지 의심환자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보건당국은 일단 16번 확진자가 태국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아무래도 여행지에서의 접촉 가능성이 있다”며 “태국에서 후베이성 주민과 접촉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다만 태국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할 필요성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16번 환자는 저희가 판단을 해도 이상한 점이 많아 역학조사를 상세하게 해야만 감염경로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태국을 오염지역으로 지정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