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나섰다.
미국이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 자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연일 “공포감을 조성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남의 위기를 틈타 하는 행위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인민들과 함께 현재의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왕이 국무위원은 “지난 1일부터 완치된 사람의 수가 사망자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중요한 지표”라며 “일부 국가가 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 공황 상태를 조성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3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금까지 중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한에서 영사관과 공관원들을 철수시키고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황 상태를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미국의 지나친 자신감이 공황과 과잉 대응으로 바뀌었다”며 “2주 내 중국 방문 외국인의 미국 입국 금지는 공권력 침해 소지가 있고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을 진정으로 낮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제네바 중국대표부의 리송 군축 담당 대사는 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회에서 일부 국가가 후베이성 주민들의 입국을 막거나, 여행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WHO의 권고 사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악마다. 악마가 계속 숨어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닌 사실, 소문이 아닌 과학, 오명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등도 중국에서 온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했다.
대만도 오는 7일부터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만 외교부는 웹사이트에서 “14일 이내 중국 대륙을 방문했거나 그곳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과학이 우선해야 한다”며 미 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를 두둔했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3일 “내가 본 것은 이런 상황에서는 과학이 다른 모든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몇 주 전 중국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 사례가 41건이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 숫자가 1만7000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CDC에는 비슷한 질환에 많은 기술적 경험을 지닌 강한 과학자들이 있다. 그리고 중국 현장에서 우리의 존재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