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안 당해”…대선 앞둔 美민주 가짜뉴스 차단에 사활

입력 2020-02-04 17:40 수정 2020-02-04 18:21
미국 아이오와대학 학생들이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아이오와 메모리얼 유니언에서 열린 2020년 미 대선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작점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보수주의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선거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아이오와 지부가 적극적으로 팩트 체크에 나섰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진영의 가짜뉴스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민주당이 똑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제 진압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3일(현지시간) 보수단체인 사법감시단이 지난 1일 아이오와주 8개 카운티에 실제 유권자로 등록될 수 있는 연령대의 시민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등록돼 있다며 선거 사기 의혹을 제기했지만, 공공데이터와 아이오와주 선거 당국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아이오와주 지부는 그간 DNC와의 협력을 통해 코커스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선거 기간 동안 음모론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왔다. 2016년 대선의 패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군 소속 해커들은 DNS와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관계자의 이메일을 해킹해 얻어낸 민감 정보들을 가짜뉴스와 결합시켜 온라인상에 광범위하게 유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진영도 가공된 정보들을 앞장서 소셜미디어에 퍼뜨렸고 클린턴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트럼프 진영의 가짜뉴스가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대선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의혹이다.

사법감시단은 인구조사국이 2018년 발표한 5년 간의 인구 추정치에 기반해 아이오와주 8개 카운티 중 하나인 리옹 카운티의 성인 주민 수는 8430명인데 등록 유권자는 8490명으로 60명 더 많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권자 명부가 조작돼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깨트리기 위한 의도다. WP는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년 간의 인구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내놓은 추정치”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이오와주 선거 관리를 맡는 아이오와 주장관 측은 “사법감시단이 내놓은 수치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코커스의 날을 선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폴 페이트 주장관이 직접 나서 해당 정보는 가짜 뉴스라고 지적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올렸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에 반해 가짜뉴스는 민주당과 선거 당국의 적극적인 팩트 체크에도 불구하고 또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사법감시단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페이스북에서 1만1000회나 공유됐다. 이후 페이스북은 회사와 제휴를 맺은 외부 펙트 체킹 조직에 게시물의 검토를 맡겼고 ‘보수 활동가들이 유포한 가짜 정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페이스북은 게시물에 뒤늦게 가짜뉴스라는 정보를 표기했지만 바이러스처럼 번져나가는 허위 정보들을 원천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 WP는 “정보의 진실성보다 공유량이 더 중요하게 취급받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민주주의 선거가 직면할 수 있는 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2016년 대선 당시 가짜뉴스 범람의 주범으로 손꼽혔던 소셜미디어들도 최근 잇따라 가짜뉴스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업체인 유튜브는 이날 선거 관련 조작 영상들을 삭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로 표심이 왜곡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게시 영상들에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는 입장이다. 허위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꾸며지면서 혐오 확산 등 부작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페이스북도 지난달 정교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딥페이크 동영상(AI 기술로 조작된 영상)의 게시를 막고, 이런 영상이 게시될 경우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