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에서 이란에 분패해 아쉽게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 베테랑 선수들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라이트 임동혁(21·대한항공)과 레프트 임성진(21·성균관대)은 공격수 중 남자배구의 ‘미래’로 꼽힌다. 최근 두 선수를 각각 만났다.
둘은 초·중·고를 함께 나온 절친이다. 2017년 제천산업고 3학년 시절 전국체전 남고부 우승을 이끈 두 선수는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임동혁은 이른 프로행을 결정했고, 임성진은 대학 무대로 향했다. 뛰는 무대는 다르지만 두 선수는 청소년 대표팀 경기에 매번 소집돼 발을 맞춘다. 지난해 세계 청소년 남자 21세 이하(U-21) 선수권대회에서도 함께 활약하며 한국의 7위를 이끌었다.
그런 둘에게도 지난 올림픽 예선에서 선배들이 펼친 분투는 큰 자극제가 됐다. 임동혁은 “저는 대표팀에 갔을 때 잘하는 형들이 많아 위축됐는데 허수봉 형은 배짱 있게 젊은 패기를 보여줘 좋아보였다”며 “박철우 선수가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저도 노력해서 형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잘 따라가야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임성진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면이 있는데 전광인 형이 배구에 대한 의지를 투지 있게 몸으로 분출하는 모습을 보며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래’로 꼽히는 두 선수지만 더 발전해야 한다. 프로 3년차 임동혁은 큰 키(201㎝)와 파워를 갖췄지만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가스파리니 대신 투입돼 20득점(성공률 62.07%)으로 맹활약했고 올 시즌에도 지난해(64세트)보다 더 많은 세트(75세트)에 출전하며 기회를 늘려가고 있지만, 곧잘 위축돼 제 기량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기도 한다.
임동혁은 “이제 어리다는 것도 핑계다. 프로 3년차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출전 기회가 작년보단 많아졌으니 비예나가 안 될 때 들어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임성진도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레프트로 대학에선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미래를 위해 더 발전해야 한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U-리그 공격 2위(성공률 54.73%)를 기록했지만 리시브 효율 17위(33.83%), 서브 17위(세트당 0.184개)로 다소 부족했다. 김상우 성균관대 감독은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니다. 장래는 보이지만 모든 부분에서 더 좋아져야 프로에서 통한다”며 “폭발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웨이트·체력을 중점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래가 유망한 이유는 두 선수의 성실한 훈련 태도 때문이다. 최근 유망주들이 배구를 그만두고 소속팀을 이탈 하는 등 ‘멘털 관리’가 문제되고 있다. 두 선수는 배구에 대한 열정을 갖추고 진지하게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배구에 대한 대화를 하며 서로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임동혁은 “(임)성진이에게 잘생긴 건 둘째치고 배구나 열심히 하라고 농담한다. 서로 도와가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성진이가 프로가 어떻게 다른지 자주 물어본다. 프로 벽은 높지만 성진이가 부담 갖지 말고 적응할 수 있게 미리 조언해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성진도 “(외모 때문에) 동혁이도 그렇고 주변에서 다른 길로 샐까봐 걱정을 많이 하신다. 그런데 제가 배구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얼굴보다 배구로 인정받고 싶다”며 “대학에서 프로에서 뛸 수준을 만들어 프로로 가는 게 목표다. 정지석, 곽승석같은 레프트가 되고 싶다. 공·수 모두 잘해야 다른 선수들과 수준이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수원=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