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종 코로나로 성난 민심 달래느라 ‘진땀’

입력 2020-02-04 17:02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부실 대응 논란으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신종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질병 관리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불만이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급 관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에 빗대 자국 정부의 무능을 비꼬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 3일 시 주석 주재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 사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에서 드러난 결함에 대응하라”며 “통일된 지휘를 따르지 않고 위기 대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은 엄중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관료 사회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시 주석은 공중위생 강화, 불법 야생동물 거래 단속 등을 당부했다.

마오쩌둥 전 주석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쥔 것으로 평가되는 시 주석은 집권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중국 관영 언론이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에서 시 주석을 직접 인용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부 전체를 뭉뚱그려 지칭함으로써 시 주석 개인에게 비난이 집중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 대응의 총괄 지휘자로 리커창 총리를 내세우고 있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 원흉으로 지목됐다. 저우 시장은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를 조기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난받고 있으며 사태 수습 이후에는 엄중한 문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저우 시장은 TV에 출연해 “지방정부로서 (중앙의) 허가를 얻은 뒤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며 중국 관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자기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연일 악화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소재로 삼은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구소련 당국이 보였던 무능함이 중국 당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 방식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국 네티즌은 드라마 평가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며 “몇 년 뒤에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드라마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적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