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종코로나’ 사망 400명 넘어…후베이성 밖도 위험 수위

입력 2020-02-04 17:00
중국 의료진이 우한에 10일만에 건설된 훠선산 병원으로 환자들을 옮기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하루 만에 3000명 이상 폭증하고 누적 사망자도 420명을 넘어서는 등 무서운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자가 집중된 우한과 후베이성 뿐 아니라 광둥성 저장성 허난성 등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지역도 수두룩해 중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전문가들은 향후 1~2주를 신종 코로나 확산의 절정기로 내다보지만, 이 역시 가설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4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시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438명, 사망자는 425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8일 우한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나온 지 약 2개월 만에 환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3235명, 사망자는 64명 늘었다. 일일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추가 사망자는 모두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후베이성 전체의 누적 확진자는 1만3522명, 사망자는 414명을 기록했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2788명이 중태이며, 의심 환자는 2만3214명이다.

후베이성 외에도 광둥성의 확진자가 725명, 저장성은 724명, 허난성은 674명에 달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이 밖에 후난성(521명) 안후이성(480명), 장시성(391명), 충칭(337명), 장쑤성(308명)도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수도인 베이징(202명)과 상하이(208명)도 200명을 돌파했다.

홍콩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39세의 남성은 지난달 23일 우한에서 홍콩으로 돌아온 뒤 31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여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날 오전 숨졌다. 이 남성의 어머니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홍콩에서 15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선전만 검문소와 홍콩,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 등 2곳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모든 검문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중국과의 접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해외에서는 확진자가 일본 20명, 태국 19명, 싱가포르 18명, 미국 16명, 한국 15명, 호주·독일 12명, 말레이시아·베트남 8명, 프랑스 6명, UAE 5명 등으로 계속 확산추세다.
중국 랴오닝성에서 한 의사가 환자와 화상으로 상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가 감염자의 비말 뿐아니라 대·소변을 통해서도 퍼진다거나 병원균이 공기 중 최대 5일까지 생존한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전염 경로와 전파력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위건위 소속 보건전문가 장룽멍은 전날 후베이성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 병원균은 적정한 온도와 환경이 맞으면 최대 5일간 생존할 수 있다”며 “감염 방식은 주로 비말이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변에 있던 바이러스가 손이나 음식물 등을 거쳐 타인에게 전파되는 ‘대변-구강’ 전염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신형 코로나 확진 환자의 대변과 직장 표본에서 바이러스 핵산이 발견됐다. 또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확진 환자 쑹모씨의 위층에 사는 40세 남성이 감염돼 대변-구강 전염 사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실 배관이나 환풍 장치를 통해 감염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린성에서는 한 남성이 지난달 다른 확진 환자와 같은 마이크를 사용했다가 전염됐다는 주장을 했고 광저우에서는 환자의 자택 출입 문손잡이에서 바이러스 핵산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자주 접촉하는 문손잡이나 휴대전화, 키보드, 마우스, 수도꼭지, 리모컨, 변기 등을 잘 소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병지인 우한시는 응급 병원인 훠선산 병원을 완공한데 이어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등 3곳에 3400개 병상 규모의 ‘컨테이너 병원’을 세워 신종코로나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로 했다. 6일부터는 1300개 병상을 갖춘 레이선산 병원도 운영에 들어간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해 공산당과 전 부처에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통일된 지휘를 따르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은 엄중 문책하겠다”고 “심각한 경우 이들을 감독하는 당과 정부 지도자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