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가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직에 제출한 사임원이 수리됐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주대병원은 4일 이 교수가 병원 측에 제출한 외상센터장 사임원을 이날 수리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외상센터 의료진을 비롯한 여러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일주일간 숙의한 끝에 이 교수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외상센터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다만 병원 관계자는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 자리에서만 물러난 것이어서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의대 교수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아주대병원과의 갈등 끝에 전자결재 방식으로 보직 사임원을 제출했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간의 갈등은 지난달 13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과거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등의 욕설을 하는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양측은 수년 전부터 병실 배정, 인력 부족 등이 문제로 자주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새로 도입한 닥터헬기 운용 문제로 갈등이 격화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계속된 본원과의 갈등으로 “너무 지쳐서 더는 외상센터 일을 못하겠다”며 사임원을 냈고 이날 사임원이 수리됐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한 뒤 다음날인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주대병원이 적자를 감수한다는 말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예산을 빼먹지 말라고 공문까지 보냈었다”며 “아주대는 이런 사업을 하면 안 된다. 나는 2012년에 (외상센터 지정을) 신청했는데 병원에서 도와주지 않아 아예 하지 말라고 그랬던 사람”이라며 외상센터와의 문제를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저도 그냥 (앞으로는) 교수의 삶을 살겠다. 이제 모르겠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며 “(다른 병원 외상센터 건립은) 안 한다. 죽어도 한국에서 다시는 이거 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해군 훈련에 참여하고 최근에는 휴가를 다녀오느라 오는 5일 올해 처음으로 출근한다. 아주대병원과의 갈등이 알려진 이후 처음 공개되는 출근길에서 이 교수가 심경이나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