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는 손님이 없고, 학교에는 학생들이 없다. 수영장과 도서관 박물관 등은 굳게 문이 닫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8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전북 군산지역이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GM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휴업에 따른 충격을 간신히 이겨내고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 한파에 다시 휘청이고 있다. 확진자가 병원과 목욕탕 음식점 이마트까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자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며 지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4일 군산시 등에 따르면 군산시내 500여개 사설 학원도 이날부터 모두 휴원에 들어갔다. 앞서 어린이집과 유치원과 초‧중‧고교도 14일까지 휴업하고 있는 상태다. 졸업식은 물론 수업, 방과후 학교, 돌봄, 신입생 예비소집 등 모든 교육 활동도 금지됐다.
실내 배드민턴장은 9일까지 휴장하고 철새조망대 등도 출입을 막고 있다. 읍면동사무소의 자치프로그램도 14일까지 전면 취소됐다.
자영업자들은 사람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나운동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47)씨는 “오랜 불황에 가뜩이나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데 신종 코로나가 겹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그런데 방도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낮에 찾아간 한 호텔 로비는 평소와는 달리 한가했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은 물론 행사 예약이 100% 가까이 취소됐다”며 “직원들에게 연가를 권유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군산항과 중국 스다오항을 운항하는 석도국제훼리측은 여객 운송 중단을 연장하고 화물만 운송하기로 했다. 군장대와 군산간호대 등의 졸업식이 취소되고 오리엔테이션(OT) 등 단체 행사도 대부분 철회됐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불안감 확산이다. 군산에서 8번 환자와 접촉한 시민만 51명(익산 13명 별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돼 우려가 커가고 있다.
회사원 김모(55)씨는 “세미나 등 사내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군산은 GM 공장 폐쇄와 군산조선소 휴업 등으로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지역 경제가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행히 ‘전북‧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과 발행액 4800억원에 이르는 군산사랑상품권 등의 덕분으로 점차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난데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민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근대역사문화를 바탕으로 관광도시 부흥도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목욕탕을 이용했던 A양(8)이 이날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A양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 40분∼5시 40분쯤 엄마와 함께 아센사우나에 머물러 확진자 B씨(62·여)가 있었던 시간대와 1시간가량 겹친다. A양에 대한 검사 결과는 이르면 오늘 밤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군산시와 전북도는 감염 피해 최소화와 2, 3차 감염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시는 공중식품위생업소 위생관리 대책을 수립하고 대학교와 시장, 대규모 점포 등을 상대로 예방관련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도는 4일 도청에서 송하진 지사 주재로 유관기관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긴밀한 소통과 협업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글·사진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