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등이 끌어올려…‘근원물가’ 0%대 못 벗어난 게 한계
신종 코로나로 이달 물가 떨어질 위협도 상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3개월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0%대 상승률을 면치 못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웠던 지난해보다 긍정적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품목은 기후나 국제정세에 좌우되는 농축수산물, 석유류였다. 여기에다 근원물가는 여전히 0%대에 머물러 디플레이션 우려를 걷어내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이라는 변수도 있다. 물가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된다.
통계청은 지난달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고 4일 밝혔다. 2018년 12월(1.3%) 이후 1년여만에 처음으로 1%대 상승률을 회복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이 큰몫을 했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2.4%나 급등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49% 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일부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며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무(126.6%)와 배추(76.9%), 상추(46.2%)의 가격 상승이 눈에 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전망하는 올해 물가상승률(1%대 초중반)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12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달라진 양상이다. 물가는 지난해 통계 집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면서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웠었다. 소비 위축이 생산 위축을 불러 경제 전반을 침체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한 방아쇠가 디플레이션이었다.
그러나 마냥 긍정 신호로 볼 수는 없다. 지난해 워낙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가 바탕에 깔려 있다. 상승세를 주도한 품목의 경우 가변성이 너무 높다. 석유류나 농축수산물은 외부 요인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물가를 기반으로 경제를 예측할 때 이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를 살펴보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 근원물가는 아직 1% 선을 밑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460개 품목 중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407개 품목만 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0.9%에 그친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전히 벗었다고 단언하기 이른 것이다.
신종 코로나라는 변수도 걸림돌이다. 감염병 확산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위축시켜 물가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창궐했던 2015년 5~7월엔 놀이시설 이용료 등이 영향을 받았었다. 안 심의관은 “지난달 20일 이후 한국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2월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