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트럼프 대항마’ 뽑는 첫 경선부터 대형사고

입력 2020-02-04 14:58 수정 2020-02-04 17:21
민주당 “개표 세 가지 유형의 결과에 불일치 발생”
“해킹이나 외부 침임은 아냐” 해명
민주당에 비판 쏟아져…대선 후보와 지지자들 ‘멘붕’
패배 후보, 개표 지연 문제삼아 ‘불복’ 등 정치적 논란 가능성
트럼프 진영 “민주당, 샌더스 때문에 일부러 개표 지연” 음모론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3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한 학생들이 번호가 적힌 표를 들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개표 결과 발표 지연이라는 파행을 겪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대항마를 뽑는 첫 경선이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개표 결과 발표 지연과 관련해 “해킹이나 외부 침입은 아니다”라며 “(개표와 관련해) 세 가지 유형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혼란을 발생해 민주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민주당은 아이오와주 1678곳의 기초 선거구에서 3일 오후 7시(한국시간 4일 오전 10시)부터 코커스(당원대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4일 새벽까지 단 한 곳의 기초 선거구도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개표율 0%를 기록한 것이다. CNN방송은 4년 전인 2016년 아이오와 코커스 당시 투표 당일 오후 11시에 개표가 90% 이상 진행됐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결국 새벽 2시를 넘긴 시점에 수작업으로 검토한 뒤 4일 개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형사고는 민주당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올해 아이오와 코커스에 공개 대상을 확대키로 결정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

민주당은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대통령 후보 첫 투표 결과’, ‘최종 대통령 후보 개표 결과’, ‘후보별 대의원 등가성’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발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세 항목 간에 불일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은 ‘후보별 확보 대의원 수’만 공개했다.

민주당이 세 가지 유형으로 개표 결과를 발표키로 했던 이유는 코커스의 특성 때문이었다. 코커스는 지지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방식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경선(프라이머리)과 다르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유권자들이 모여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묻는 첫 질문에 ‘15%의 득표’를 얻지 못한 소수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에 한해 15% 이상의 득표를 얻은 후보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 첫 투표 결과’, ‘최종 대통령 후보 개표 결과’를 나눈 것이다. 그런데, 이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아이오와주 민주당의 설명이다.

득표 결과 발표가 지연되자 민주당 대선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개표 결과 발표 이후에 연설을 하려던 후보들도 계획을 바꿔 미리 연설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 코커스를 주관한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다고 CNN은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득표 결과 발표 지연이 향후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패배한 후보 진영에서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불복하거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스탠스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코커스의 밤에 벌어진 난장판은 아이오와에서 아무 승자도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CNN은 트럼프 선거 캠프와 지지자 단체들이 트위터 글을 올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에게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민주당이 일부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역사상 가장 엉성한 열차 사고”라고 조롱했다.

디모인(아이오와주)=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