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는 여성으로 태어나 자라온 사람만을 위한 곳인가”

입력 2020-02-04 10:37 수정 2020-02-04 10:40
여성으로 성전환한 학생의 합격 소식에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입장문을 냈다.숙명여자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A씨(22)의 숙명여대 합격 소식에 일각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에서 그의 입학을 응원하는 공개지지 활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학소위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A씨를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트렌스젠더 여성의 우리학교 합격을 환영한다’는 부제의 이 입장문에선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대에 지원해 합격했다는 소식이 외부로 알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소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A씨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트랜지션 수술을 완료했고 지난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완료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또한 변경된 상태이므로 그녀가 여자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학소위는 입장을 냈다. 학소위는 “일부 사람들은 ‘여자대학’은 ‘여성으로 태어나 자라온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라 말한다”며 “그러나 여자대학의 창립 이념은 당시 종합대학을 비롯한 교육의 장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소수자들에게 교육권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여자대학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학소위는 “(A씨의 선택은) 다양한 성 소수자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 줄 것이며, 더 나아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화 수술을 받고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은 뒤 숙명여대 법과대학 정시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그러자 일부 재학생들은 입학처에 항의 전화를 하고 총동문회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 A씨의 합격 소식에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숙명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씨의 입학을 저지하자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소위는 오는 6~7일 중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해 숙명여대 캠퍼스에 게시할 예정이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