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방항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 발병 지역을 비롯해 확진자가 많이 나온 위험지역에 국내 노선에 한국인 승무원을 집중 투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많은 네티즌은 “중국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인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노하며 우한시에 마스크 등 물자지원을 한 정부까지 비난했다.
채널A와 JTBC는 중국동방항공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의 말을 인용해 동방항공이 중국인 승무원도 꺼리는 위험 지역에 한국인 승무원을 투입했다고 3일 보도했다. 승무원 A씨는 “12월, 1월부터 갑자기 후베이성쪽으로 배치가 많이 됐고 후베이성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선에 많이 배치돼서…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무원 B씨도 “중국 현지에서 중국 승무원들도 광저우 비행이 뜨면 다들 안 가려고 병가를 앞다퉈서 쓰거나…”라고 했다. 최근 한국인 승무원들의 주요 비행 노선은 우한과 광저우, 쓰촨을 비롯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지역이거나 확진자가 많은 곳으로 중국인 승무원들이 해당 지역 비행을 꺼리자 한국인을 투입했다.
여론을 의식한 듯 중국동방항공은 한국인 승무원들 단체 대화방에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 승무원 A씨는 “코로나 사태 관련해 언론과 접촉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공지가 바로 올라왔다”고 매체에 말했다.
JTBC가 공개한 한 한국인 승무원의 1월 스케줄표를 살펴봐도 한 달에 5번이나 중국 국내선에 투입됐다. 외국 국적 승무원을 국내선에 투입하지 않은 항공사의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시가 폐쇄되기 전엔 우한을 오갔던 승무원도 있었다.
이들 승무원은 항공사 측이 외국인 승무원 중 한국인 승무원만 중국 국내선 근무에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럽이나 일본, 다른 국적 승무원은 중국 국내선 근무를 안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동방항공 한국지사 측은 JTBC에 “승무원 스케줄 관리는 본사에서 하는 만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국인 승무원을 방패로 쓰겠다는 것 아니냐” “중국인을 전면 입국 금지해야 한다” “동방항공 불매해야 한다”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한‧중 우호 관계를 위해 마스크 200만 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 방호복과 보호경 각 10만 개 등 500만 달러 상당의 의료물품을 민관 협력으로 긴급 지원한 정부까지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뉴시스도 지난달 30일 중국동방항공에 재직 중인 20대 승무원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항공사 측이 중국 내 위험 도시로 한국 승무원을 배정하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우한에 대한 봉쇄조치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내 다른 도시에 대한 비행은 하고 있다. 중국의 동방항공과 남방항공, 에어차이나에는 각각 200여명, 40~50여명, 20~30여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