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총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3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날까지 적극 해명하며 버티던 그의 갑작스러운 결정 배경엔, 공천을 주기 어렵다는 당의 부정적 기류 통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가 김 전 대변인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 30여 분 전이었다.
그는 “쓰임새를 인정받고자 제 나름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았다. 때론 몸부림도 쳐봤다”며 “하지만 이제는 멈춰 설 시간이 된 것 같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예비후보로라도 뛰게 해달라”며 공개서한에서 읍소했던 김 전 대변인이 갑작스레 자진사퇴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렸다.
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공식적인 메시지 전달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개별적으로 의견이 오가기는 했을지 모르겠지만 당 차원에서 오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김 전 대변인에게) 따로 연락해달라고 요청은 받았지만 하지 않았다. 당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기류는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말 사이 물밑 접촉을 통해 김 전 대변인에게 당내 부정적인 분위기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에게 읍소의 글을 올린 1일 김 전 대변인은 고려대 동문이자 386그룹의 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김 전 대변인 문제를 두고 “당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며 그의 총선 출마를 반대하는 당내 기류를 가감없이 전했다.
그럼에도 김 전 대변인은 2일 부동산 매각 차익을 기부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출마 의지를 고수했다. 결국 이날 오후 당 핵심 관계자가 “총선 출마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김 전 대변인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주기 어렵다는 당의 방침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밤새 고심을 거듭한 김 전 대변인은 검증위 회의 직전 검증위 간사인 진성준 전 의원에게 불출마할 뜻을 밝혔다.
김 전 대변인은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증위는 김 전 대변인의 예비후보 적격 여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당내에선 공천관리위원회로 판단을 넘길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사실상 검증위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결국 자진사퇴가 체면을 가장 덜 구길 수 있던 선택지였던 것이다.
불출마 선언 직후 검증위는 김 전 대변인에 대해 심사를 중단했고, 적격 여부도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진성준 간사는 회의를 마치고 나와 “김 전 대변인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낱낱이 확인하고자 했다”며 “심사 결과 부동산 투기나 특혜대출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부동산 매각 차익을 사적으로 취득한 사실도 일체 없었으며 차익 이상으로 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향후 정무적 판단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법적으로 위배되는 행위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 안팎에선 “먼저 물러나줘서 고맙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대변인 후임이자 최근 출마를 선언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 나와 “자신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었다. 후배로서 늘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