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361명에 달하면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규모를 넘어섰다. 중국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우한에서는 시신을 담을 자루가 부족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3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내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2829명, 사망자는 57명 늘어난 것이다.
확진자에 이어 사망자도 사스 때를 넘어섰다. 사스 당시 중국 본토에서는 5327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49명이 숨졌다. 일일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은 하루 만에 확진자가 2103명, 사망자는 56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만1177명과 350명에 달했다.
특히 후베이성 황강은 확진자가 1246명, 사망자가 17명으로 우한에 이어 신종 코로나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황강시와 저장성 원저우시는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황강 내 내 모든 가구는 이틀에 한 번씩 1명만 외출해 생필품 등을 구매해 올 수 있다.
중국 차이신(財新)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361명으로 늘었음에도 실제 사망자 수가 축소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 팡빈이 우한 제5병원 입구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가 지켜본 5분 동안 8구의 시신이 자루에 담겨 병원 밖으로 실려 나갔다.
병원 진료실 안에는 사망한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다. 팡빈이 병원 직원에게 “안에 시신이 얼마나 많으냐”고 묻자 “아직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팡빈은 지난 1일 이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당국에 체포돼 다음 날 풀려났다.
우한과 황강에는 의료시설과 물자가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종코로나 지정병원 책임자는 차이신에 “이틀 동안 병원 내에 80명의 폐부 감염 환자가 있었지만, 5명만 입원했다”며 “나머지 75명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다른 지정병원 의사는 “600명의 중증 환자가 있었지만, 검사 재료인 핵산 검사지가 부족해 한 건도 확진 판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경우 사망자는 신종코로나가 아니라 ‘보통 폐렴 사망자’나 ‘미 확진 사망자’ 등으로 처리된다.
우한의 한 장례업체는 “시신을 담을 자루가 부족하니 기증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로 아버지가 격리된 사이 17세 뇌성마비 아들이 6일 만에 숨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뇌성마비를 앓던 얀청은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고향을 찾았으나 지난 22일 아버지가 격리된 뒤 혼자 남았다. 이어 아버지가 지난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얀청도 집중관찰시설로 옮겨졌다가 시설 내부에서 숨졌다.
돌봄을 위탁받은 촌민위원회 관계자는 “얀청에게 24일, 26일에만 음식을 줬고, 28일에는 의사가 아미노산류 2컵을 먹였다”고 말해 그가 사실상 방치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이 연장한 춘제 연휴가 2일 종료되면서 보건 당국이 각종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책을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과 톈진, 청두, 란저우, 뤄양 등 15개 도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5부제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주요 도시들은 택시 운전사와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사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베이징, 상하이, 충칭, 항저우, 장쑤, 광둥 등 귀경객이 많은 지역은 기업의 현장 업무 재개 날짜를 9일로 연장해 필수업종을 제외한 일반 기업들은 재택근무 또는 휴무를 하도록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