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신종 코로나 사망자 나온 필리핀서 반중 정서 고조

입력 2020-02-03 17:14

중국이 아닌 지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온 필리핀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조기에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정부 기류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일 중국 우한 출신 44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숨진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본토가 아닌 곳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서는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에게도 강력한 여행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마닐라 소재 애덤슨 대학교는 필리핀 내 첫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던 지난달 31일 모든 중국계 학생에게 2주 동안 등교하지 말라는 공지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계가 아닌 학생에게는 정상 등교토록 하면서 인종주의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학교 측은 결국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사과를 해야 했다.

중국계 필리핀인들 사이에서도 반중 정서 고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중국계 필리핀인 단체가 마스크를 무상으로 기부하며 국민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헨리 림 본 리옹 필리핀·중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마스크 60만개를 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온당치 않은 반중 인종주의적 고정관념을 갖고 외국인 증오 발언을 하는 호도된 사람들과 동참하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필리핀의 1000년 동안 끊임없이 전통적인 우방이자 오랜 교역 상대국 역할을 해온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중국 협력 단체인 ‘진보를 위한 연대’의 테레시타 앙 시 회장 역시 관광 당국에 마스크 4000개를 기부하면서 반중 정서 고조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다”며 “바이러스는 인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교훈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가 “공정하지 않다”며 시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 트위터에서는 ‘두테르테를 축출하라’는 해시태그(#)가 돌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