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春節) 연휴를 끝내고 11일 만에 문을 연 중국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하루 만에 8% 가까이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다만 우려와 달리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의 ’코로나 쇼크’로 이어지지 않았다. 중국 증시 낙폭이 예상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향후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웃 국가의 ‘패닉 셀’(공포에 따른 투매)을 잠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신종 코로나 감염 현황 및 국제 정세에 따라 ‘롤러코스터 흐름’이 불가피하다.
3일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은 일제히 중국으로 쏠렸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9.92포인트(-7.72%) 주저앉은 2746.61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8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개장과 동시에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서 3000개 이상 종목이 가격 제한폭(10%)까지 떨어져 거래정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양대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3700여개에 이른다. 상장사의 80%가량이 일시에 하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이후 신종 코로나 사태로 춘제 연휴가 연장되면서 그동안의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됐다. 중화권인 홍콩 증시와 대만 증시도 춘제 연휴 이후 첫 개장일인 지난달 29일과 30일에 각각 2.82%, 5.75% 급락했었다.
그러나 파장은 크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3포인트(-0.01%) 내린 2118.88에 마감하며 약보합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는 기관과 외국인이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0.68% 오른 646.85에 장을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0%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3.2원 오른 1195.0원에 마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개장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는 재료다. 증시 낙폭이 시장의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점 등이 패닉 셀이 나타나지 않은 요인”이라며 “당분간 중국 증시의 변동성에 따라 미국 및 아시아 증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