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테러범, 런던서 또 칼부림 난동

입력 2020-02-03 16:43
테러 사건이 발생한 영국 스트레텀 현장

영국 런던에서 2일(현지시간) 테러로 추정되는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말 런던에서 흉기 테러가 발생한 지 2개월여만이다. 두 사례 모두 가석방된 테러범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점에서 가석방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 BBC방송 등은 이날 오후 2시쯤 한 남성이 런던 스트레텀의 한 번화가 상점에 들어가 흉기 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먼저 상점 내부에서 칼을 휘둘러 한 남성에게 부상을 입혔고 이후 상점을 나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여성을 공격했다. 범행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용의자를 사살했으나 이 과정에서 근처에 있던 한 시민이 깨진 유리 파편에 맞아 경상을 입었다.

한 목격자는 용의자가 큰 칼을 들고 있었으며 가슴에는 자살폭탄 조끼처럼 보이는 것을 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문제의 조끼는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상자 3명 중 1명은 큰 부상을 입었지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숨진 용의자는 수데시 암만(20)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8년 3년4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 지난 1월 가석방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기를 절반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선고 당시 18세였던 그는 이슬람국가(IS)의 추종자로 온라인상에서 테러 모의를 하고 전투용 칼과 공기총, 폭탄 제조 매뉴얼을 소지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여자친구에게 IS를 부정하는 부모를 참수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남성이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이번 흉기난동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런던 경시청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테러로 규정하고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9일 런던브릿지 흉기테러와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 용의자였던 우스만 칸(28)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테러 혐의로 복역하다 가석방된 후 범행을 저질렀다.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칸 역시 현장에서 사살됐다. 사건 후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은 현행 가석방 심사 제도를 문제 삼았다. 현재 3년 이상 선고자의 경우 형기 절반을 복역하면 이후 ‘엄중 감시’를 전제로 가석방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 도심서 또 테러 추정 칼부림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가석방 심사 및 테러 용의자 감시 강화 정책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3일 테러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에 대한 근본적 제도 변경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