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80·94 각각 100만장 삽니다. 영상통화로 물량 보여주세요.”
“(식약처) 인증자료 필요 없습니다. 현금 들고 갑니다.”
“KF80 7만장 매입합니다. 빠르게 처리하세요. 마스크 대란은 곧 끝납니다.”
“중국 바이어 대기 중입니다. 물량 인증시 무조건 현찰박치기입니다.”
3일 오전 9시30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고 팔겠다는 메시지로 넘쳐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침 등 분비물과 음식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스크 수요 폭증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이들이다. 정부가 마스크 사재기와 매점매석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온라인에서는 불법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3일 오후에도 카카오톡에 ‘마스크’를 검색하면 마스크를 사고 파는 채팅방 10여개가 검색된다. 대부분 실명으로 운영되는 카톡방에 각자 조건을 달아 판매나 구매 메시지를 올리면 그 가격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들이 거래 의사를 밝히는 식이다.
이곳에서는 기본 마스크 1만장부터 거래가 시작된다. 한 이용자가 “KF94 마스크 5000장 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올리자 곧장 “그렇게 적은 매수량은 잡손님”이라며 핀잔섞인 메시지가 올라왔다. 카톡방을 관리해주는 대가로 구매자들로부터 최대 1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곳도 생겼다. 이 관리자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판매 물품은 검증을 거친 뒤 공지한다”면서 “상대 게시물에 대한 허위 비판은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
마스크가 날개돋친 듯 팔리면서 덩달아 일제 마스크와 손세정제, 의료용 방호복, 덧신, 적외선 체온계 등 의료용품도 함께 웃돈이 얹힌 채로 시장에 나왔다. 모두 시중가보다 적게는 1000~1500원, 많게는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채팅방에서 마스크를 매입하는 ‘바이어’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에 비해 현재 마스크 개당 가격이 5배 가까이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40대 바이어 황모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태 초반인 지난달 말에는 장당 400원에 거래되던 마스크가 지금은 최대 1900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면서 “100원씩 100만장만 팔아도 1억원의 마진이 남는데다, 현금이면 세금 낼 필요도 없으니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어 김모(43)씨는 “지금 물량 구하는 건 중국 무역회사나 중국 정부 관리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는 브로커가 100%라고 보면 된다”면서 “중국에서 물량이 빠져도 국내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공장 돌릴 여력이 있는 곳을 잡아야 한다”면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일부 바이어들은 국내 관공서에도 높은 가격으로 마스크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매점매석 행위가 모두 불법이라고 보고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매점매석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6일 마스크 등 의료용품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도 관계기관이 고발장을 접수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점매석으로 인한 물가인상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부처에 고발을 요청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