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다. 기업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을 집어삼켰고, 가계부채마저 GDP 추월을 앞뒀다. 가계·기업부채 증가속도는 주요 34개국 가운데 ‘메달권’이다. 저금리 환경이 가계와 기업의 신용 증가를 이끌었다.
3일 국제금융협회(IIF)의 ‘글로벌 부채 감시 보고서(Global Debt Monitor)’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1%로 전년 동기 대비 3.9% 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홍콩이 77.3%로 1년 전보다 6.3% 포인트 증가해 1위였고, 중국(51.9→55.4%)이 3.5% 포인트 올라 3위를 기록했다.
기업부채는 이미 GDP를 뛰어넘었다.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GDP 대비 101.6%로 전년 동기 대비 6.3% 포인트 증가했다. 상승폭으로는 1년 전보다 7.5% 포인트 뛰면서 1위를 차지한 브라질(103.3%)에 이은 2위였다.
가계부채 증가 배경으로는 시장의 부동산 수요가 꼽힌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조달비용이 낮아진데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2019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발표하면서 “아파트 매매가 증가하고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 분기보다 커졌다”고 밝혔었다.
정부부채 증가세는 가계·기업보다는 느린 편이었다. 정부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40.2%였다. 1년 전보다 3.5% 포인트 늘어났다. 증가폭은 일본(2.9% 포인트)과 비슷했지만 신흥국 평균(2.2% 포인트)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었다. 영국(10.1% 포인트)이나 경기부양에 재정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4.6% 포인트)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기업부채 증가 이면에도 저금리 환경이 자리한다. 낮아진 금리로 발행비용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채 공모 발행 금액은 170조1827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2644억원(5.8%)나 늘었다. 회사채 미상환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23조9396억원으로 전년(485조2731억원) 대비 38조6665억원(8.0%) 증가했다.
한편, 글로벌 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252조60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조6000억 달러 불어났다. 가계부채는 1조7000억 달러, 비금융법인 부채는 3조1000억 달러, 정부 부채는 4조 달러, 금융법인 부채는 8000억달러 증가했다.
IIF는 보고서에서 “저금리 환경 속에서 올해 글로벌 부채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부채 증가로 올해 1분기 말 글로벌 총부채는 257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