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자유’ 침해한다”…유류분 제도 위헌제청 첫 제기

입력 2020-02-03 16:12

고인의 유언과 무관하게 법정 상속분에 대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됐다. 유류분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관련 조항인 민법 1112조와 1114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조만간 심리를 열고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된다.

유류분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이 유언에 따라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물려받는 사람(상속인)에게 ‘법으로 정해진 상속비율’(법정상속분)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과거 장남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거나 재산 상속시 여성을 차별하는 등 폐해를 감안해 만들어진 제도다. 현행 민법은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인정하고 있다.

권 부장판사는 유류분 제도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23조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 개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든지 원칙적으로 자유”라며 “민법에 정해진 유류분 제도는 이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이 제도가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재 유류분 비율이 획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권 부장판사는 “현재 유류분 제도는 재산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나 부양에 필요한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획일적으로 제한한다”며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산 형성과 유지에 아무 기여가 없거나 심지어 불효나 불화로 관계가 악화된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이 무조건 귀속되도록 재산 소유자를 강제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