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中 ‘신종 코로나’ 책임자…환자 수 묻자 “담당자 따로 있다”

입력 2020-02-03 15:12
근무 태만으로 면직된 탕즈훙(가운데) 허베이성 황강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이 조사 도중 전화를 하고 있다.CCTV영상캡처

-감독 조사관: 병원의 수용 가능 인원은 총 몇 명인가.
(탕즈훙 주임) “…”
-당신은 주임인가 부주임인가.
“의료 분야를 관장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다.”
-당신이 주임이냐 부주임이냐고 묻고 있다.
“내가 주임이다.”
-당신이 주임이고 총책임자다.
“맞다. 맞다.”
-몇 명이냐.
“(휴대폰 보면서) 내가 기억하기로 200명 안팎이다.(옆에 있던 부주임은 118명이라고 답변)”
-도대체 몇 명이냐.
“(부주임) 118명이다.”
-지금 몇 명 수용하고 있나.
“(부주임) 현재 몇 명을 수용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탕즈훙, 어디론가 전화를 건 뒤)그 사람이 올 것이다. 환자 수용 분야를 전담하는 담당자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후베이성 황강시의 보건 분야 최고 책임자인 탕즈훙(48) 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이 지난달 29일 중앙 감독조사조 대면 조사를 받을 때 오간 대화 내용이다.

탕 주임은 황강시의 신종 코로나 감염자 발생 및 환자 치료를 지휘하는 총 책임자이지만 병원의 병상 수와 환자 수용 능력, 의심환자 등에 하나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탕 주임은 수용 가능 인원을 묻자 답변을 못 하고 침묵을 지키더니 난데없이 “의료 분야 담당자가 따로 있다”고 얼버무리다 “당신이 총 책임자 아니냐”는 조사관의 질책을 들었다.
탕즈훙 전 황강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바이두캡처

탕 주임은 조사관의 질문이 계속되는 동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누군가와 상황에 대해 문자를 주고받는 듯 했다.

탕 주임은 “환자를 몇 명 수용하고 있느냐”고 조사관이 질문하자 갑자기 스마트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한참 얘기하더니 “그쪽 담당자가 올 것이다”라고 어물쩍 넘어갔다.

탕 주임은 대면 조사가 끝난 뒤 “방금 조사관이 병상 숫자를 물을 때 어디론가 전화하던데”라고 기자가 질문하자 “환자 몇 명을 수용하고 있는지 그런 상황을 물어봤다. 매일 상황 변화가 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가 “그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나는 병상이 몇 개인지만 알고 있다. 몇 명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지는 내게 묻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이 영상이 보도되자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 가지를 물으면 세 가지를 모른다’며 탕 주임의 무지와 나태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탕 주임은 30일 밤 직무 태만으로 면직됐다.

황강시는 3일 0시 현재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1246명으로 전국에서 우한(5142명) 다음으로 가장 많고, 사망자 역시 17명으로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후베이성의 왕샤오둥 성장은 지난 29일 “황강이 ‘제2의 우한’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황강은 우한과 후베이성 곳곳에 봉쇄조치가 내려졌지만, 최근까지도 도로 차단 등의 조치를 느슨하게 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