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을 둘러싼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트위터 등 거대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관련 계정 및 게시물을 삭제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는 신종 코로나와 함께 괴담 역시 전 세계에 빠르게 번지는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병) 양상이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트위터는 금융·시장 전문 블로거인 ‘제로 헤지(Zero Hedge)’ 계정을 ‘욕설 및 학대 금지 규정(rules against abuse and harassment)’ 위반으로 영구 폐쇄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위터는 구체적인 계정폐쇄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 계정이 최근 게시한 신종 코로나 관련 음모론 주장을 계정 삭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제로 헤지는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 배후에 이 사람이?’라는 게시글에서 중국의 한 과학자가 바이러스의 균주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계정은 과학자의 개인정보로 추정되는 이름·사진·이메일·전화번호 등을 게시하며 팔로워들에게 ‘무엇이 신종 코로나를 촉발했는지 알고 싶다면 해당 과학자를 찾아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로 헤지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폐쇄 전까지 약 67만명이었다. 제로 헤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개설돼 금융시장과 관련해 비관적 전망을 주로 제시해왔다. WP는 제로 헤지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우파적 음모론을 전파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계정 폐쇄 및 게시글 삭제를 경고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독려하거나,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소개하는 게시물에 초점을 맞춰 거짓 주장과 음모론이 담긴 글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WHO는 이날 발표한 신종 코로나 유행 일일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정보가 과도하게 넘치는 상태”라며 이를 정보전염병으로 표현했다. 인포데믹은 각각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감염병 확산’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을 합친 신조어다.
WHO는 정보 범람으로 인해 대중이 괴담과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WHO는 근거 없는 예방법이나 치료제 등 공중보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괴담을 파악해 바로잡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