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럽다” “혐오 안돼”…숙명여대 트렌스젠더 합격생, 학생들 반응은?

입력 2020-02-03 11:38
연합뉴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A씨(22)는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은 뒤 숙명여대 법과대학 정시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재학생들은 단체로 입학처에 항의전화를 하고 총동문회에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학내 게시판에도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며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B씨(20)는 “굳이 여대에 지원한 것은 트랜스 성(性)의 여대 입학이란 상징성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19학번이라고 밝힌 C씨는 “지난해 학생회관 화장실에 마약 투약 수배자가 숨어있었다. 여장 남성이 캠퍼스 화장실에 무단 침입한 일도 있었다”며 “일련의 사건들을 겪다 보니 껄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렌스젠더 여성 A씨의 숙명여대 합격확인서. 뉴시스

그러나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법적 여성을 학내 구성원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학생 김모(25)씨는 “A씨가 자신이 MtF(male to female,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임을 밝힌 것은 최근 커밍아웃한 변희수 하사에 대한 연대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숙한 사회를 위해서는 특정 성 정체성을 배제하고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졸업생 한모(25)씨는 “더이상 남자가 아닌 사람한테 남자가 여대에 들어왔을 때의 위험성을 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본인이 노력해서 대학에 입학했으니 기숙사·화장실 사용 문제 등은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A씨의 입학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우려는 인지하고 있지만, A씨가 성별정정을 했기 때문에 입학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 다만 아직 등록을 하지 않아 입학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유사한 전례도 없어 공식 입장을 논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신입생의 입학·제적 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일절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A씨는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하루 종일 너무 무서웠다. 온갖 욕을 다 먹더니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라며 “내가 사회적 다수자인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인권을 위해 내 입학은 불허돼야 한다는 접근이나 성전환 수술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반응들을 보고 답답했다. 만약 입학하더라도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에 등록할 수 있을지 무섭다”고 전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