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당국에 탈북민 송환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육·해·공 국경을 모두 폐쇄한 데 이어 중국 당국에 탈북민 북송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탈북자를 북한에서 받지 않는다고 한다”며 “신종 코로나 때문에 북한에서 탈북자를 보내지 말라고 해서 중국이 못 보내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중국 공안당국과 연계된 관계자들로부터 소식을 들었다고 전하며 탈북민들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소식통은 VOA에 탈북민 송환과 북한 파견 노동자들과 물품 이동으로 활발하던 북·중 접경 지역의 투먼 대교 역시 사실상 폐쇄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북·중 세관 등 공식 통로가 차단됐어도 밀무역은 막기 힘들다”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얼어붙은 두만강 지역을 통해 이뤄지는 밀매는 뇌물을 받는 북한 군인들과 장마당에 물건을 공급하는 북한인들의 생명줄과 같기 때문에 일부 축소는 가능해도 중단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신종 코로나 차단을 ‘국가 존망’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고 국경 폐쇄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금지, 항공편 운항 중단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북한)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감염증을 미리 막기 위한 대책 강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러 기관과의 긴밀한 협동 밑에 1월 13일 이후 다른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전국적 범위에서 빠짐없이 장악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의학적 감시 대책도 빈틈없이 세웠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의 최대 잠복기간인 14일 이전에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감시하겠다는 것인데, 의료기술 수준이 떨어지고 약품도 부족한 만큼 선제적으로 차단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북한 내 감염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송인범 보건성 국장은 전날 조선중앙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감염증이 발생되지 않았다고 해 안심하지 말고 모두가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 코로나비루스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직무대행도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북한 보건성 송인범 국장이 발표한 내용 그대로 북한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중국과 홍콩, 한국 등의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노동신문은 ‘확대되고 있는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피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의 31개 성(자치구, 직할시)과 신강생산건설병단에서 1일 하루 동안에 2590명이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으로 인한 전염성 페렴 환자로 새로 확진되고 45명이 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남조선(남한)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환자 15명으로 증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새로 확인된 13번째와 15번째 비루스 감염환자는 지난 1월 중국 무한시에서 들어온 20대와 40대의 남성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