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교민들의 입국을 도운 우한 총영사관의 정다운 경찰 영사가 수송기 좌석과 관련 “환자 등 불편하신 분들이 배려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영사는 2일 뉴스1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디스크 수술을 해서 잘 걷지 못하는 분이 계셔서 비즈니스석으로 배려하고 싶었는데 높으신 분들이 많아 그런 자리가 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중국 SNS인 ‘위챗 모멘트(朋友圈, 펑유취안)’에 이번 수송 작전 후 심경을 남겼다. 글에는 한국에서부터 수송기에 탑승해 동행했던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났다. 정 영사는 “고생고생해서 전세기를 마련했는데 조 회장이 비서 2명을 데리고 비행기에 타서 내리지도 않고 다시 갔다”며 “자리(비즈니스석)가 모자란 탓도 해보지만 결국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적었다.
다만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교민탑승을 위해 기내에서 준비했다”며 “별도의 비서를 동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 영사는 또 “마지막 수송기 333명 무사 탑승 후 이륙 전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면서 “이제 저는 여기 남은 교민들을 다시 챙겨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광호 부총영사, 주태길·이충희 영상, 실무관들,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 정태일 후베이성 한인회 사무국장, 중국 행정직원들, 셔틀버스 봉사자 등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 부총영사를 향해 “수많은 언론 전화로부터 저와 직원들을 지켜주시고, 덕분에 쓴소리를 마구 해댈 때도 제 편이 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영사들에게도 “제 마음대로 부탁드려도 다 해주시고 힘들 때 위로해주시고,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틴 건 두 영사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무관들을 향해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와 지시에도 묵묵히 따라주시고, 밤잠 못 자고 홈페이지 공지 올리고, 탑승자 명단 취합하고 정리하고 배치하고, 빗발치는 전화를 받아 안내하고 통역해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덕기 한인회장과 정태일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 해결의 일등 공신”이라고 했고, 중국인 행정직원들을 향해서도 “바이러스로 두려운 상황인데 공항에 나와 교민들에게 초코파이와 물을 나눠줬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 영사는 “일곱 살, 아홉 살 둘 데리고 혼자 비행기 타는데 잘 가라는 배웅 인사도 못하고, 편한 자리는커녕 애들과 같이 앉지도 못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2인 1실 좁은 격리실에 아이 둘과 있을 아내 생각이 나서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3년 우한 생활 내내 하고 싶은 것 제대로 응원해주지 못하고, 우한 떠나는 날까지 남편 잘못 만나 고생만 시키다 보내는 것 같아 계속 울컥울컥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정 영사는 “오늘과 내일만 재충전하고 다시 고립된 다른 분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나눠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버텨주시라. 빨리 회복해서 남은 분들 챙겨드리겠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