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딸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 中 엄마의 호소

입력 2020-02-02 17:48
루 에진(50)씨가 1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에서 장시성 주장시로 이어진 양쯔강다리 검문소에서 딸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검문소를 통과하게 해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발병지인 우한시가 위치한 후베이성에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한 어머니가 백혈병에 걸린 딸이 검문소를 통과해 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 사실이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후베이성의 한 마을 농부인 루 에진(50)씨가 전날 후베이성 외곽에 위치한 검문소 앞에서 자신의 딸이 양쯔강 다리를 건너 병원으로 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루씨의 딸 후 핑(26)씨는 백혈병을 앓고 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로 우한시의 병원들에 환자들이 몰리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루씨는 검문소에서 “딸이 주장시에 있는 병원에 가야 한다”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국경을) 통과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루씨가 경찰에 애원하는 동안 딸 후씨가 담요에 싸인 채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루씨는 “제발 내 딸을 데려가 달라”며 “나는 지나갈 필요가 없다. 제발 내 딸을 그냥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루 지엔(50)씨가 1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에서 장시성 주장시로 이어진 양쯔강다리 검문소에서 딸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검문소를 통과하게 해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장시는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후베이성 남동쪽으로 양쯔강 다리 건너편에 위치했다. 주장시는 대형 확성기를 통해 주민들을 출입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양쯔강 다리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 폐쇄됐다.

다행히 루씨는 당국에 딸의 상황을 호소한 끝에 딸과 함께 양쯔강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로이터는 “루씨와 검문소에서 인터뷰한 지 한 시간쯤 후 경찰이 움직였고, 구급차가 호출돼 모녀 모두 극적으로 (검문소) 통과가 허용됐다”며 “후씨는 검문소에서 체온 검사를 마친 뒤 대기 중인 구급차를 향해 다리를 절며 걸어갔다”고 전했다. 루씨는 “내가 원하는 건 딸의 목숨을 구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