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늘고 무더기 발생…“촘촘한 방역망 짜고 플랜B 세워야”

입력 2020-02-02 17: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신종 코로나) 국내 감염자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최근 며칠새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전파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 확진자의 접촉자가 국내 감염자로 확인되는 등 예상치 못한 루트인 ‘중국 외 발생 국가 접촉자’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선 허점을 드러낸 방역망을 좀 더 촘촘히 짜는 등 방역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대비한 ‘플랜B(비상대책)’를 준비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4일간 확진 판정을 받은 신종 코로나 환자는 11명이다. 지난달 20~27일 첫 8일간(4명)의 3배에 육박했다. 2~3차 감염까지 확인됐다. 감염자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 거주 혹은 방문자 뿐 아니라 국내 확진자의 접촉자, 중국 외 국가 확진자의 접촉자 등 다양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치사율을 기존보다 2배가량 높은 4∼5% 수준으로 내다봤다. 기존 치사율 추정치는 2.2%였다. 초기보다 위험도를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확진자의 빠른 증가는 무증상·잠복기에 있는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거나 그들에게 노출된 밀접 접촉자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난달 31일부터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행 중인 신속진단법(리얼타임 RT-PCR 검사)의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24시간 걸리던 검사 시간이 6시간으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민간 의료기관까지 보급되면 확진자는 더욱 급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선 방역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중국 입국자 위주의 검역과 감시에서 벗어나고 중국 방문으로 판단하는 선별 진료소의 ‘사례 정의’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중국 외 발생 국가간 접촉자 정보 교환 등 국제 공조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사례가 속속 보고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유증상자 위주 국내 방역기준에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방역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면서 “확진자의 증상 발생 1~2일 전에 접촉한 이들도 자가격리나 능동감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이 광범위한 지역사회 유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선제적인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감염자 수가 급증해 현재의 격리치료 시설 수용 규모를 넘어설 경우 ‘음압병상을 갖춘 지역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해야 국민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진자들이 격리 치료를 받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29개 병원, 161개 병실(198개 병상)이며 일부 지자체에서 지정한 음압병상 갖춘 곳들이 있다.

전 교수는 “이제 곧 누구로부터 옮았는지 감염원을 알수 없는 지역사회 내 생활감염 상황이 올 것”이라며 “중국 여행력이 있든 없든 발열, 기침, 오한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신고하고 감염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선별 진료소를 확대하고 역학 조사관도 신속히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