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문 잠그는 지구촌…60여개국서 입국 제한

입력 2020-02-02 17:16
홍콩 의료계 종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요구하며 1일 총파업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홍콩 공공병원 임직원들의 연합단체인 '의관국원공진선'은 이날 투표를 통해 3일부터 닷새간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중국을 넘어 지구촌으로 확산되자 세계 각국이 중국에 문을 걸어잠그고 나섰다. 자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 금지, 국경 폐쇄, 항공기 이착륙 금지, 비자발급 중단 등 중국발(發) 입국자를 차단하는 국가가 60여개국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중국발 입국자 차단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종코로나에 대해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도 여행과 무역에 대한 제한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WHO의 권고와 달리 중국인과 중국을 경유한 여행자의 입국을 막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CNN은 1일 62개국이 중국인 방문자 입국 금지와 중국행 노선 중단 등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일찌감치 강력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 나라는 북한, 마셜제도, 사모아, 트리니다드토바고, 파푸아뉴기니 등이다. 파푸아뉴기니는 아예 아시아 지역에서 비행기, 배 등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막고 있다. 그리고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베트남, 몽골, 네팔은 국경을 폐쇄했다.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나라들도 앞다퉈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신종코로나 관련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도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호주와 싱가포르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일본 역시 1일부터 최근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공공 의료인들이 ‘중국 본토에서 오는 모든 방문객의 입경을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신종코로나 ‘청정 지대’인 중남미에서도 강력한 예방 조치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테말라는 중국에 체류했던 사람들에 대해 중국 출발 후 15일간 자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엘살바도르도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 제한에 나섰다. 이외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중국인에 대해 비자발급을 중단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중국행 항공노선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으며, 다수의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참여하고 나섰다. 이번 주말 동안 신종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자 이탈리아는 1일부터, 파키스탄은 2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1일부터 모스크바를 제외한 지역 공항에서는 중국행 정기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1일부터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노선의 모든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하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관련 영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분위기이다. 중국 내 매장 전체 혹은 일부를 폐쇄한 이케아, 스타벅스, 맥도날드에 이어 애플도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본토의 공식 매장 42곳 전부와 사무실의 문을 닫는다고 공지했다.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BBC 방송은 1일 “세계 각국이 중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국경을 닫았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는 “중국과 세계 사이에 새로운 벽이 솟아올랐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을 겨냥한 세계 각국의 입국 또는 여행 제한 조치가 신종코로나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와 같은 국경 폐쇄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입국하는 여행객이 늘어나면 오히려 바이러스 유행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