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임시생활시설로 옮겨온 교민들은 시설 내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불안해하면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감염을 막기 위해 1인 1실로 격리된 이들은 각자 방을 소독하고 하루 두 차례씩 체온을 재며 생활하고 있다.
경찰인재개발원에 배정받은 우한대 유학생 박모(25)씨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출입도 막히고 통제가 많아 고립된 기분”이라면서도 “방 안에서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하며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민 권모(31)씨는 “환경이 낯설지만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겠다”고 했다.
하루 세 차례 도시락으로 제공되는 식사로는 그간 즉석밥에다가 백숙과 불고기, 육개장 등이 번갈아 넉넉히 나왔다. 야식으로 호두과자 등도 매일 한 번씩 나온다. 식사 후에는 교민들이 직접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내놓고, 비치된 소독약품으로 방을 청결히 소독한다. 박씨는 “귀국 전에는 갑작스레 마련된 시설에 가게 돼 걱정이 컸는데 와보니 상당히 만족스럽다”며 “우한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돈돼 안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따뜻이 환영해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일부 아산·진천 주민들은 교민에 대한 비난 여론에 반대하며 시설 수용을 지지하는 ‘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을 벌였다. 박씨는 “바이러스로 봉쇄된 도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 정부와 잘 지낼 수 있게 배려해주신 국민들께 감사하다”며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저희도 최대한 감염·전염을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교민들은 2주간의 수용 생활보다 격리를 마치고 난 이후의 일을 우려하고 있다. 최종 진단 결과 증상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우한에서 왔다고 손가락질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박씨는 “격리가 끝나도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 제대로 생활하거나 일터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만에 하나라도 내게 바이러스가 남아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옮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권씨는 “관리를 철저히 해 혹시 모를 감염을 사전에 예방해야겠다.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을 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31일과 1일 두 차례에 걸쳐 이송된 우한 교민들은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각각 527명, 173명씩 수용됐다. 교민들은 14일간 각 방에서 홀로 생활하며 방역 원칙에 따라 외출이 금지된다. 당연히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도 만날 수 없다. 방 바깥을 나갈 때는 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다른 교민과 대화 시에는 거리를 2m가량 유지하도록 권장된다. 층간 이동도 자제되며 건물 출입문은 경찰 등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했다.
교민들은 오전 9시와 오후 5시 매일 두 차례 체온을 재고 발열과 기침 등 신종 코로나 증세가 없는지 확인해 임상증상 기록지에 기입한다. 의사와 간호사, 정신과전문의 등 35명의 의료진이 24시간 교대로 상주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문진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교민 전수검사를 통해 13번째 확진자를 발견했지만, 그 외 입국자는 현재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교민들에게 구호키트 800세트와 생수 2만2400병, TV, 책 등을 함께 제공했다. 난방으로 실내가 건조하다는 요청이 있어 가습기도 추가로 비치할 예정이다.
방극렬 조민아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