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사각지대’ 놓였던 12·14번 부부…이대론 중국 밖 환자 못막는다

입력 2020-02-02 16:5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 확진환자인 중국인 남성 A씨(48)는 당국의 방역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탓에 발병 이후 12일 간 무방비 상태에서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A씨는 다른 감염자들과 달리 중국 여행력이 없었다. 호흡기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일본에서 입국했는데, 확진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방역망에 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중국 외의 지역에서 입국하는 무증상·잠복기 감염자에 대해선 사실상 검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지난달 19일 일본에서 입국했다. 같은 날 중국에서 입국한 1번 확진자는 바로 격리돼 지역사회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A씨는 열흘 넘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서울, 경기도, 강원도를 다녔다. 결국 그의 중국인 아내(40)도 2일 14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부가 동시에 확진판정을 받은 두 번째 케이스다. 정은경 질본부장은 “12번 확진자의 접촉자는 현재 138명이지만, 부부가 노출된 장소가 많아 접촉자 수 등은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여행이력과 호흡기 질환 증상 여부에 초점을 둔 당국의 방역체계는 이와 다른 증상을 보인 A씨를 조기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여행 가이드인 A씨는 일본에서 일본인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후 지난달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제주항공 7C1381편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A씨는 이후 12일간 서울시 중구의 면세점, 경기도 부천시의 영화관(CGV 부천역점) 등을 방문했다. 아내와 함께 KTX를 타고 1박2일 강릉 여행도 갔다.


A씨가 기침, 발열 등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 증상이 아닌 근육통을 보였다는 점도 조기 발견을 늦추게 한 요인이다. 정 본부장은 “A씨의 감염 증상이 지난달 20일부터 나타났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근육통 위주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며 “지역사회에 노출된 동안 약국과 병원 3곳을 갔지만 의료진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의심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일본인 확진자로부터 감염 가능성을 통보받고서야 지난달 30일 자진신고했다.

앞으로는 세밀한 국제 공조와 감염 의심자에 대한 확대된 사례 정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본부장은 “12번 환자가 중국인이다보니 일본인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일본이 중국에게만 통보했다”며 “감염 의심자에 대한 정보를 국적 뿐 아니라 출입기록을 따져 공유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주변국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