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산이다… ‘우한교민 환영’ 이어 ‘마스크 기부’ 시작

입력 2020-02-02 16:34 수정 2020-02-02 17:34
충남 아산 음봉면 A아파트 주민들이 기부 받은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450여개의 마스크가 모였다. 이하 이지연 누리보듬 대표 제공

“이웃이 어려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로 마스크 사용이 늘면서 ‘마스크 대란’까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마스크 기부 운동을 시작했다. 여분의 마스크를 모아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운동이다.

2일 충남 아산 음봉면에 위치한 A아파트 주민 이은영(37)씨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마스크 기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집에 있는 여분의 마스크를 기부하고자 하는 주민은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자신의 동·호수를 알린 후 우편함에 마스크를 꽂아두면 된다. 그러면 자원봉사자로 나선 주민들이 우편함을 돌며 마스크를 수거한다. 이렇게 해서 2일 오전까지 450개가량의 마스크가 모였다.

마스크 기부 캠페인은 A아파트 내 주민동아리인 ‘누리보듬’ 회원들이 시작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값이 오르는 현상을 보며 매일 깨끗한 마스크를 쓸 형편이 안 되는 이웃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또 아산으로 격리수용된 우한 교민들이 마스크 부족을 겪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어려울 때 도우라고 가르쳤는데 정작 이웃이 어려울 때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회원들끼리 그런 고민을 하다가 마스크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동안 모아둔 회비로 마스크를 사서 기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스크 가격이 너무 오르고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집에 갖고 있는 여분의 마스크를 모아보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다.

마스크 기부 캠페인 봉사자들을 위해 한 시민이 두고 간 선물과 쪽지. "앞에서 애써주심에 감사드리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아이 재우고 돕는 엄마, 차 타고 와 마스크 주고 떠난 시민… 다들 고맙습니다”

A아파트 주민들의 마스크 기부 캠페인은 이전부터 함께 활동해온 지역 봉사단체와 연계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해 해당 캠페인을 설명하고 가이드라인을 받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모이는 방식은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접촉을 피하고 어떻게 마스크를 모을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금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우편함에 마스크 꽂아두기’가 탄생했다.

마스크 기부 캠페인에는 누리보듬 회원들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참가했다. SNS를 통해 마스크 기부 캠페인을 접하고 다른 지역에서 차를 타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아산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부자가 계속 늘고 있다.

누리보듬 대표 이지연(41)씨는 “자녀들 나이가 어리니 아이들을 재우고 저녁 수거라도 돕겠다는 엄마들도 있었다”며 “너무 양이 적어 어쩌냐고 미안해하시는 분도 계셨다. 눈물 나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 봉사단장을 맡은 이은영씨는 “저도 두 아이의 엄마”라며 “개인적으로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웃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니 저도 용기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리보듬 측은 1차 캠페인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모은 마스크를 아산시와 협의해 3일 오후 기부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아직도 기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며 “주신 큰 마음 차곡차곡 모아 어려움을 이기는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은 충북 진천과 함께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이 마련된 곳이기도 하다. 아산 주민들은 우한 교민들의 수용을 환영하며 SNS에서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충남 아산 음봉면 지역 주민들 단체대화방에서 마스크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자는 독려 글이 올라왔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