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중국인 확진환자에 대한 정보가 체류국인 우리나라에 통보되지 않고 국적지인 중국으로 통보되면서 우리 검역망에서 빠져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이 이 사람을 놓친 새 추가 확진자도 양산됐다.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에서 해제됐던 환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3명의 유증상자를 발생시켰다. 국가 간 정보 교류와 검사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서 지역사회 전파 범위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번 환자인 48세 중국인 남성은 보건당국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의 감시대상에서 빠져있다, 증상이 나타나자 먼저 자진신고한 첫번째 케이스가 됐다. 12번 환자는 일본 확진환자의 접촉자였고 한국 기준으로 이런 사람은 능동감시 대상자에 포함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12번 환자가 확진환자의 접촉자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본이 12번 환자의 국적인 중국에만 관련 정보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적으로 기준으로만 이뤄지는 국제 공조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우리 검역망에서 제외돼있던 12번 환자는 입국한 1월 19일부터 확진된 31일 사이 열흘 넘게 자택이 있는 경기도 부천에서 버스와 택시, 지하철, KTX 등을 이용해 서울, 강원도 강릉, 수원, 군포를 다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아내가 14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초등학생 딸은 자가격리 상태에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이런 사례(13번 환자)가 가장 위험하고 지역사회가 뚫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8번 환자인 62세 한국인 여성은 우한에서 이미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1차 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탓에 더 많은 접촉자를 양산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격리해제 되기 때문에 그 사이 지역사회 노출이 늘어난 것이다. 바이러스 양이 적을 때 검사하면 음성이 나올 수 있어 검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게 질본의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칭다오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8번 환자는 28일 군산의료원에서 의심환자로 격리됐다가 음성으로 확인돼 자택으로 귀가했고 이후 군산 소재 음식점(우리떡갈비), 대형마트(이마트 군산점) 등을 다녔다. 1차 검사 전에는 대중목욕탕(아센사우나)도 갔다. 이 과정에서 72명을 접촉했고 3명이 유증상자로 확인됐으며 2명은 음성이 나왔고 나머지 1명은 검사 중이다.
우한 교민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지난달 31일 1차로 귀국한 28세 남성이 13번째 환자로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귀국 당시 유증상자로 분류됐던 사람이 아니다. 1차 전세기의 유증상자 17명, 2차 전세기의 유증상자 8명이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정작 귀국기 발열검사를 무사통과했던 사람이 확진자로 판명난 것이다.
13번 환자는 입국 당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입소했고 1일 아침 기침 증상이 나타나 당일 저녁 이송됐다. 문제는 비행기 안에서의 2차 감염 가능성이다. 404개 좌석의 전세기 1대로 350여명의 교민을 이송해 비행기 안에서 교민들은 붙어 앉아야 했다. 13번 환자가 중국 출발 전 증상이 나타난 것도 아니어서 비행기 2층으로 격리되지도 않았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