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의료계 “중국 접경 봉쇄하라” 총파업 예고…반중 정서 분출

입력 2020-02-02 16:15 수정 2020-02-02 16:22
중국 안후이성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있다.AP연합뉴스

홍콩 의료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접경 지역의 전면 봉쇄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접경 봉쇄’를 주장하면서 사제폭탄을 터트리거나 경찰서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노골적인 반중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악몽이 여전한 데다 장기간 지속된 홍콩 시위 과정에서 반중 감정이 심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공공병원 노조인 의관국직원연맹은 1일 카오룽에서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총 3156명 중 3123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반대는 10표에 그쳤다.

이 단체는 앞서 접경 봉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온라인 청원을 벌여 소속 회원 1만3000여 명 가운데 9000명가량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의 모든 방문객을 차단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의료 노조는 “총파업 결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후베이성을 방문하고도 거짓 신고하는 사례도 가능해 정부는 이러한 거짓 신고자에 대한 처벌 법규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 공립병원 의사는 “홍콩에서 확인된 감염 사례 중 상당수는 최근 중국 본토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며 “국경을 일부 폐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노조도 중국 본토 운항 노선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경고했다. 홍콩에서는 2일 0시 현재 14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의 길거리에 방치된 노인 시신.AFP연합뉴스

홍콩은 과거 사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2002년 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가 곧바로 확산하면서 홍콩인 1750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하는 등 중국 본토 외에 최대 피해자가 발생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5300여 명이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이 때문에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발빠르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25일 “오늘부로 대응 단계를 비상사태로 격상한다”며 “중국 본토로의 모든 공식 방문을 금지하며 춘제 행사를 전부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중국과 홍콩을 오가는 고속철도 및 페리 운행을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으나 접경 지역을 완전 봉쇄하는 데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 봉쇄해야 한다며 사제폭탄을 터뜨리거나 설치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오전 10시 25분 무렵 홍콩과 접한 중국 선전만 검문소에서는 경비원이 쓰레기통에서 사제폭탄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손바닥 크기의 이 폭탄은 휴대전화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2시쯤에는 홍콩 청사완 지역에 있는 카리타스 메디컬 센터 내 화장실에서도 사제폭탄이 터져 작은 불이 났으나 곧바로 진화됐다. 같은 날 밤 10시 50분에도 홍콩 카오룽 지역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사제폭탄이 터졌다.

비슷한 시기 홍콩 시위대가 즐겨 쓰는 메신저 텔레그램에는 “이번 사건은 경고에 불과하고 진짜 폭탄이 터질 수 있다”며 접경 지역 봉쇄를 주장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