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택시 콜이 안 와요”…신종 코로나가 바꾼 일상

입력 2020-02-02 16:03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거리가 2일 주말임에도 한산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조민아 기자

“신종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딱 반토막 났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죠”

서울 서대문구에서 대형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9)씨는 2일 텅 빈 식당을 보며 힘없이 말했다.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상황에 대해 “며칠새 단체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며 “전 직원 마스크 착용에다 손 소독제도 넉넉히 비치했지만 소용없다”고 했다.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도 “손님 수가 3분의 1 줄었다. 5년 전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한탄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바뀌고 있다. 대형 식당과 극장, 서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대중교통의 경우 버스와 지하철 뿐 아니라 택시까지 이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 아동코너에 2일 어린 손님들 없이 거의 비어있다. 조민아 기자

이날 종로구 한 대형서점은 주말에도 한산했다. 평소 자리가 꽉 차있는 독서 테이블에도 곳곳에 빈 좌석이 보였고, 아동도서 코너에도 아이들이 없이 비어있었다. 마스크를 낀 서점 직원은 “몇달간 일했는데 주말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본다”며 “손님이 지난주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화관 상황도 마찬가지다. 5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CGV가 입점한 서울 성북구 쇼핑몰에는 10명 안팎의 손님만 보였다.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이는 신촌의 한 영화관도 이날은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강남구의 식당들도 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59)씨는 “돼지열병 때는 매출이 10% 밖에 안 줄었는데, 이번에는 40% 넘게 줄었다”며 “3번 확진자가 강남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유동인구 자체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 관계자도 “거리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매출이 너무 줄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잘라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쇼핑몰이 2일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황윤태 기자

택시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시민들이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택시 같은 밀폐된 공간은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인 탓이다. 택시기사 곽모(71)씨는 “요즘 콜 수가 30% 정도 줄었다”며 “터미널 인근에서 버스나 지하철 탑승을 기피하는 손님을 태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양모(64)씨는 “금요일 밤에 이태원까지 갔다왔는데 사납금도 못 채웠다”며 “나도 감염되지 않기 위해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갑은 휴대전화를 만지기 위해 엄지 부분만 뚫어놨다”고 말했다. 다른 택시기사도 “한 시간 동안 콜이 한 번도 뜨지 않아 전화기가 고장난 줄 알았다”고 했다.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신종 코로나 확산에도 주말 도심 곳곳에선 보수·진보 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집회 주최 측은 마스크와 장갑 착용, 행진시 간격 유지 등을 당부했지만 현장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하거나 서로 악수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모(38)씨는 “개인 위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사람 많은 곳은 피해도 모자랄 판에 굳이 불특정 다수가 모여 집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진보든 보수든 지금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민아 황윤태 방극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