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딱 반토막 났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죠”
서울 서대문구에서 대형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9)씨는 2일 텅 빈 식당을 보며 힘없이 말했다.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상황에 대해 “며칠새 단체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며 “전 직원 마스크 착용에다 손 소독제도 넉넉히 비치했지만 소용없다”고 했다.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도 “손님 수가 3분의 1 줄었다. 5년 전 메르스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한탄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바뀌고 있다. 대형 식당과 극장, 서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대중교통의 경우 버스와 지하철 뿐 아니라 택시까지 이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종로구 한 대형서점은 주말에도 한산했다. 평소 자리가 꽉 차있는 독서 테이블에도 곳곳에 빈 좌석이 보였고, 아동도서 코너에도 아이들이 없이 비어있었다. 마스크를 낀 서점 직원은 “몇달간 일했는데 주말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본다”며 “손님이 지난주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화관 상황도 마찬가지다. 5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CGV가 입점한 서울 성북구 쇼핑몰에는 10명 안팎의 손님만 보였다.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이는 신촌의 한 영화관도 이날은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강남구의 식당들도 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59)씨는 “돼지열병 때는 매출이 10% 밖에 안 줄었는데, 이번에는 40% 넘게 줄었다”며 “3번 확진자가 강남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유동인구 자체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 관계자도 “거리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매출이 너무 줄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잘라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시민들이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택시 같은 밀폐된 공간은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인 탓이다. 택시기사 곽모(71)씨는 “요즘 콜 수가 30% 정도 줄었다”며 “터미널 인근에서 버스나 지하철 탑승을 기피하는 손님을 태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양모(64)씨는 “금요일 밤에 이태원까지 갔다왔는데 사납금도 못 채웠다”며 “나도 감염되지 않기 위해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갑은 휴대전화를 만지기 위해 엄지 부분만 뚫어놨다”고 말했다. 다른 택시기사도 “한 시간 동안 콜이 한 번도 뜨지 않아 전화기가 고장난 줄 알았다”고 했다.
반면 신종 코로나 확산에도 주말 도심 곳곳에선 보수·진보 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집회 주최 측은 마스크와 장갑 착용, 행진시 간격 유지 등을 당부했지만 현장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하거나 서로 악수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모(38)씨는 “개인 위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사람 많은 곳은 피해도 모자랄 판에 굳이 불특정 다수가 모여 집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진보든 보수든 지금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민아 황윤태 방극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