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2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검찰총장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을 주변에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은 해당 여론조사를 수행한 기관과 결과를 보도한 언론사에도 “향후 윤 총장을 후보군에서 빼 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달 31일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 10.8%의 지지율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32.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형사법집행을 총괄하는 이가 후보군에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향후 윤 총장을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배제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로 ‘정치검찰’ 비난을 받던 지난해 9월에도 대검 참모진에게 “나는 정치에 하나도 관심이 없다”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이 무렵부터 ‘검찰주의자’라는 표현을 거부하며 “나는 헌법주의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본분에 맞는 일만 하겠다는 뜻이었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소질도 없고 생각이 없어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윤 총장이 여론조사 배제를 스스로 요청한 것은 정치권과 선을 긋는 동시에 그간 진행된 검찰 수사의 정당성 훼손을 막으려는 행동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취임 뒤 조 전 장관 가족비리·감찰무마 사건,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총괄하면서 여권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검찰 관계자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향후 윤 총장을 후보군에서 빼든 안 빼든, 입장은 분명히 해 두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대권 여론조사 2위 윤석열 “후보에서 빼 달라”
입력 2020-02-02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