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만 참여하는 대면식에서 여학생들 대상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은 서울교대 재학생들이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승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재학생 이모씨 등 5명이 학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서울교대 남자 재학생과 졸업생이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지난해 3월 온라인 커뮤니티와 학내 대자보 등을 통해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남학생은 대면식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호감이 있는 여성의 이름을 외치고 그 이유를 스케치북에 적어야 했다. 여학생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포함된 신입생 소개자료를 보고 얼굴과 몸매에 따라 등급을 매기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재됐다. 이후 학교 측의 진상조사와 교육청 감사 결과 현직 교사를 포함한 14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중 재학생인 이씨 등은 학교로부터 3주의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연 1회 열리는 필수과정인 교육실습이 정학 기간에 진행된 탓에 이들은 졸업이 1년 늦춰지는 불이익을 봤다.
이날 재판부는 서울교대에서 과거 외모 품평 등 악습이 이어져 오긴 했지만 16학번 이하 재학생들은 이를 답습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럼에도 학교 측이 절차적으로 문제 있는 징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단 2016∼2018년 남자 대면식에서 참석자들이 각자 호감 가는 여성의 이름을 말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 자체가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적 대상화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호명된 여성이 같은 과 여학생으로 제한된 것이 아니고 과거와 달리 2016년 이후 대면식에서 호명한 여성에 대한 외모 평가 등을 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이씨 등이 만든 신입생 소개자료에 여학생 외모 평가가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들이 과거 대면식의 악습을 없애려고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에 남녀 신입생이 모두 포함돼 있을뿐더러 2017년 자료를 만들 때는 ‘절대로 외모 평가 등을 기재하지 말라’는 선배의 지시가 있었다”며 “단체 대화방에서 ‘여자 희롱도 없앴으니 다른 악습도 없애자’는 대화를 나눈 것을 보면 자체적으로 과거 대면식의 악습을 없애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 징계 과정의 부당함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 처분 전에 이씨 등에게 사전 통지도 하지 않았고 의견을 제출할 충분한 기한도 주지 않았다”며 “처분서에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도 전혀 기재하지 않아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슷한 문제가 있던 다른 학과 남학생들에게는 경고 처분에 그친데다, 교육실습 기간에 정학 처분을 해 실질적으로 규정에도 없는 1년 유기정학을 한 가혹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박실 인턴기자